[선진국 실업대책 변화] 실업수당 대폭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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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구촌 각국이 실업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엔 8억명 이상이 실업 또는 잠재실업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연합 (EU) 15개국의 경우 공식 집계로 1천6백50만명에 이른다.

실업률이 10%를 넘어선 나라도 적지 않다.

완전고용을 자랑하던 일본도 전후 최대인 4%대의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최근 실업대책의 요점은 일자리 창출. 특히 본인의 구직노력을 중요시한다.

실업자 생계보호에 초점을 맞춰온 과거 정책기조와 확연히 달라졌다.

◇ 실업수당 감축 =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지난달 일간지 데일리 미러 기고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실업수당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며 "정부는 앞으로 직업훈련을 받는 실업자들에게만 실업수당을 지급하겠다" 고 밝혔다.

실업자들은 일을 하든가, 직업훈련을 받든가 선택하라는 경고였다.

실업은 개인의 책임이며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정부는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강경책이다.

스웨덴도 실업수당 지급 위주의 실업대책을 포기했다.

실직자들에게 실업전 임금의 90%에 해당되는 실업수당을 지급해오다 지난 93년부터 96년까지 75%로 감축했다.

오는 2000년부터는 50%로 낮출 계획이다.

서구 복지제도의 모범국가라는 명성에 더이상 연연해하지 않고 실용적인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벨기에.덴마크도 실업자에게 획일적으로 지급하던 실업수당 제도를 바꿔 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더 주기로 했다.

정식 직업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 파트타임으로라도 일을 하면 기본 실업수당에 그 소득만큼을 더 지급받는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이 정책 실시 이후 "실업자들의 소득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실업자들의 근로의욕을 북돋웠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 개인 대신 기업에 보조금 지급 = 프랑스는 개인에게 지급하던 실업수당을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지급하기로 했다.

8개월 이상 실업상태인 사람을 고용하는 기업은 이들이 받던 실업수당을 정부로부터 보조받는다.

일하지 않는 개인이 받는 실업수당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 = 일본은 정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입장이다.

서구 각국이 실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5일 올 연말까지 4개 업종에 77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건설분야에서 40만개, 정보통신산업 18만개, 건강.보건산업 10만개 등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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