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쇼가키씨, 50대 괴짜인생의 '스파게티 성공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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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스파게티 음식점 체인 '사이제리야' 의 사장은 쇼가키 야스히코 (正垣泰彦.53) 다.

부친까지 무려 37대가 의사인 집안 출신이다.

주변에선 그도 의사가 될 줄 알았으나 그는 돌연 도쿄 (東京) 대 물리학과를 택했다.

'이단아 (異端兒)' 쇼가키는 또 한번 변신을 한다.

대학 졸업 때 취업이 결정된 연구소에서 논문을 준비하다 갑자기 직장을 포기한 것.

"연구소 분위기가 축 처진 느낌이었다. 앞으로 일할 곳이 여긴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 그가 생각한 사업은 레스토랑. 지바 (千葉) 현 이치카와 (市川) 시의 조그만 레스토랑에 지배인으로 들어갔다.

임대료와 종업원 월급을 책임지는 대신 영업권을 갖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도무지 손님이 오지 않았다.

24시간 영업도 해보고 하루종일 팻말을 들고 서서 호객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생각해 낸 것이 '삐끼집' . "심야 마지막 전철이 도착하면 취객들을 어깨동무하고 가게로 데려와 술을 팔았죠.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일이지만…. " 레스토랑은 취객들의 술주정판이 됐다.

결국 취한 손님이 석유난로를 넘어뜨려 가게가 몽땅 타 버렸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재기에 나섰다.

준비도 치밀하게 했다.

우선 식자재의 소비증가율 조사에 나섰다.

치즈와 토마토.스파게티의 소비증가율이 해마다 2~3배나 됐다.

눈이 번쩍 띄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융통, 바로 이탈리아로 향했다.

6개월간 스파게티 조리법과 와인 선별법 등을 배웠다.

귀국 후 문을 연 이탈리아 식당은 그러나 또 실패였다.

과일가게 건물 2층의 10평짜리 가게가 눈에 띄지 않은 때문이었다.

5년간 고전하다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모든 메뉴의 가격을 절반으로 내렸다.

결과는 대히트. '박리다매 (薄利多賣) ' 전략의 성공이었다.

다음부터는 탄탄대로였다.

체인점은 1백93개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2백38억엔. 최근에는 "30년간 고비의 순간순간마다 발휘한 투철한 도전정신이 젊은이들의 귀감이 된다" 며 정부 표창까지 받았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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