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위해 뛰는 '해결사'…3급 지체장애인 박종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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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안산시선부동 주공 임대아파트에 홀로 사는 박종태 (朴鍾泰.42) 씨는 성당에 가는 일요일을 빼놓고는 매일 아침 일찍 줄자.카메라 등이 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 역사 등에 있는 장애인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추가로 설치할 시설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다.

'장애인 문제 해결사' 로 불리는 朴씨가 이뤄낸 성과는 적지않다.

안산지역 7개 전철역사와 경부.과천선 역사의 장애인전용 리프트 설치.안산시내 점자 보도블록 설치와 턱 낮추기.경남 함안군 장애인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안산시청내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장애인 전용열차…. 고아인 그는 자립하기 위해 목공일을 배우러 다니던 17세때 뺑소니 사고로 26개월 동안 입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 아직도 거동이 불편한 3급 지체장애자이기도 하다.

朴씨가 장애인의 불편해소를 위해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직장을 따라 안산으로 이사한 지난 92년 3월부터. 안산공단에 취직한 朴씨는 압착기에 왼쪽 손가락 3개가 반쯤 눌리는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찾아간 산업재해 전문병원들은 손을 미세수술할 시설과 의료진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일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朴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을 위한 '싸움' 을 결심했다.

지난해 안산지역 7개 전철역에 설치된 장애인 전용 리프트는 朴씨가 1년여동안 철도청에 진정서를 보내고 관계자들을 설득해 성사시킨 것이다.

지난 97년에는 경남 함안군의 장애인 복지사설인 '로사의 집' 건립이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2개월여 동안 현지에 머물며 행정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그의 투쟁방법은 우선 호소하는 편지를 실무자에게 보내고 별 반응이 없으면 진정.탄원서를 작성, 해당 기관과 보건복지부 등에 보낸다.

교수나 전문가들이 진단한 내용과 외국의 사례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 전달하고 최고 결정권자를 찾아가 설득하는 작업이 2단계. 그래도 안되면 가톨릭 언론인회 인맥을 통해 여론을 조성한다.

대책이 나올때 까지 집요하게 달라붙는 그의 방식은 자신을 안산시와 경기도는 물론, 철도청 등 부처 실무자들의 '기피인물' 로 만들기도 했다.

朴씨는 자신이 생활보호대상자이지만 불우 장애자 지원운동도 활발히 벌인다.

경희대 국문과에 합격하고도 학비가 없어 진학을 포기할 처지에 있던 뇌성마비 장애자 高모 (25) 양 등 4명을 위해 해당 학교.종교단체에 호소, 학비및 치료비 지원과 전동휠체어 구입 등을 성사시켰다.

"4백50만 장애인이 저의 아내이자 형제" 라는 朴씨는 "고아원의 신부.수녀님들의 가르침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장애자와 불우 이웃을 위해서만 생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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