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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 황홀한 저녁놀… 강화 석모도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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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성큼 다가온 봄. 냉이 등 산나물이 입안에서 봄을 노래하고 겨우내 혹독했던 바람도 따뜻한 입김을 목덜미에 불어넣는다.

낙조도 봄을 알리는 전령. 해질 무렵 하늘에서 빨간 기운이 퍼져나와 해변을 물들이고도 모자라 선착장까지 밀려온다. 곱디 고운 노을은 포근하기만 하다. 그동안 고개 숙인채 습기차고 어두운 땅에 집착했던 세월. 이제는 머리 들어 '하늘과 바다의 수채화' 로 잠시나마 삶의 시름을 덜어보자.

석모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강화도 외포리에서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섬이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자동차와 사람을 실은 배는 6~7분만에 석모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평일인데도 석모도를 찾는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광객들이 요즘 부쩍 늘어났어요. 서울에서 차로 1시간30분이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일요일엔 1천대가 넘는 차량들이 배에 오릅니다." 삼보해운 박칠준 갑판장의 말이다.

석모도를 찾는 이들의 사연도 갖가지. 보문사에서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사람, 전득이고개~해명산~낙가산으로 이어지는 등산을 통해 다리 힘을 키우려는 사람도 있다.

낙조는 석모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 석모도 사람들이 꼽는 낙조 포인트는 장구너머 포구, 보문사 눈썹바위, 석모리~보문사를 연결하는 도로의 고개마루 등이다.

'장구너머 포구' 는 염전.해수욕장을 지나야한다. 선착장에서 석포리로 가다보면 입간판 (민머루 해수욕장) 이 나타나고 10여개의 소금창고와 염전을 만날 수 있다. 염전은 4월에 들어서야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아직은 한산하다.

민머루 해수욕장도 한적하기는 마찬가지. 민머루 통나무집을 지나 '장구' 모양의 고개를 넘으면 아담한 포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가 지면서 붉은 장막이 드리워지는 오후 6시. 하루 일을 마치고 포구로 들어온 고기잡이 배들 사이로 구름과 파도가 붉은 색을 토해낸다. 30여분간 자연이 펼치는 한편의 드라마에 도취하다 보면 일말의 아쉬움에 발을 옮기지 못한다.

보문사 눈썹바위는 사찰 순례와 함께 낙조를 즐길 수 있는 곳. 눈썹바위는 보문사 대웅전 뒤편에 설치된 4백여개 계단을 올라야한다.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을 참배하던 신도들과 하산하는 등산객. 이들도 황혼이 시작되면 낙조를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다.

석모리~보문사 도로의 고개마루는 실향민이 애용하는 장소. 황해도출신으로 석모도에서 터를 잡은 김연철 (62) 씨. 김씨는 안개 없는 날이면 부인과 함께 고개마루에 올라 가깝고도 먼 고향땅을 바라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강화 = 송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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