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노숙자 위한 공동농장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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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0여명의 실직자.노숙자들이 자활의 꿈을 키우는 공동농장이 경북경산시남산면송내리 일대 야산 2천2백여평에 생긴다.

이들은 사단법인 사랑의 손잡기 실천본부가 운영하는 대구시달서구두류2동 '근로자의 집' 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지난해 8월 문을 연 근로자의 집에는 실직 등으로 가정을 떠나 거리를 배회하다 모인 이들이 공공근로를 하며 숙식하고 있다.

이들은 30년생 소나무 등이 우거진 이곳 야산을 개간해 복숭아를 심고 염소.토끼 등을 사육한다.

'다함께 이루어 가는 농장' 이라는 뜻에서 '위드 (WITH) 농원' 이란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삶에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위드농원은 큰 희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근로자의 집에서 지내온 김성근 (50) 씨는 "8년간 근무한 염직회사에서 실직하고 잘못 선 빚보증 때문에 재산도 모두 잃은 채 이혼한 뒤 대구역에서 노숙하다 이곳을 찾았다" 며 "희망을 잃고 살아왔는데 내 손으로 가꿀 땅이 생겨 용기가 난다" 고 말했다.

이들이 자활의 터전을 갖게 된 것은 이름 모를 한 독지가가 야산을 기증했기 때문. 대구시내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최근 유산으로 물려 받은 싯가 1억여원 (평당 5만원 정도) 의 야산을 "어려운 사람들이 일어서는 터전으로 써달라" 며 내놓았다.

근로자의 집은 올 봄부터 개간에 들어갈 예정. 근로자의 집 박찬봉 (朴燦鳳.45) 실장은 "위드농원이 실직자등에게 희망의 보금자리로 자리잡아 전국에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또 근로자의 집은 이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 대구에 3층규모의 '러빙마트 (Loving Mart)' 매입도 추진하고 있다.

당장은 야산개간과 보금자리 러빙마트 마련에 필요한 5억여원의 예산확보가 쉽지 않아 후원자를 찾고 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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