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취임1년 회견] 주요쟁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 남북대화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언급하면서 '남북한 양국 (兩國)' 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을 분명한 화해.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한반도 냉전 (冷戰) 해체 구상이 무르익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남북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미전향 장기수 송환에 대해서는 '공정한 대화' 를 강조하면서도 국군포로나 납북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경우에 따라 엄청난 폭발력을 지닐 수 있는 장기수 북송문제를 서두르는 인상을 줘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복선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대신 식량.비료지원에서 좀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밝히면서 인내심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했다.

포용정책에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로 반발할 경우 미국 정부가 경제제재 강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접근방법의 차이가 있다.

결국 金대통령의 대북정책 해법은 큰 틀에서 냉전해체 추진을 가속화하되 세부적 남북현안은 사안별로 국민정서를 고려해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영종 기자

◇ 내각제

金대통령은 "내각제 약속이 돼 있다는 것은 조금도 부인하지 않는다" 면서도 "국민 여론을 살펴가며 김종필 총리와 원만히 매듭짓겠다" 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는 후속 질문이 나왔지만 "그 문제는 아까 애기했다" 고 넘어갔다.

눈여겨볼 대목은 金대통령이 그간 무게를 두던 '선 (先) 경제회생' 대신 '국민 여론' 을 유독 강조한 점. '국민과의 대화' 에서도 金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고 역설한 바 있다.

중앙일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대통령제 찬성 66.8% - 내각제 지지 25.8%' 로 나오는 등 대개의 여론조사는 대통령제 선호가 두배 이상 되는 것으로 돼 있다.

결국 '국민 여론' 을 앞세우는 것은 "않겠다" 는 말과 통한다.

'여론 중시' 에 대해 자민련도 할 말이 많다.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좀 더 진전된 내각제 입장을 기대했으나 못미쳐 아쉽다" 며 "국가 경영에는 국민 여론도 중요하지만 용기.소신과 철학.가치가 아울러 필요하다" 고 뼈있는 논평을 했다.

최훈 기자

◇ 개각

김대중 대통령은 "당장 개각을 서두를 생각은 안갖고 있다" 고 말했다.

언뜻 "않는다" 는 말로 들리지만, 지금까지 "현시점에선 개각을 고려하지 않는다" 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개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감지케 한다.

대통령 입에서 이 정도만이라도 나온 게 개각을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제는 언제쯤이 '서두르지 않는' 시점이냐다.

金대통령은 "정부조직에 대한 진단이 끝나지 않았고 (진단결과에 따른)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에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했다.

뒤집어 보면 정부 경영진단이 나오고 정부조직이 개편되면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경영진단평가서는 지난 18일 기획예산위원회에 넘겨졌다.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은 3월 중순에 나온다.

입법화 과정을 거치자면 아무래도 개각은 3월말로 갈 것 같다.

여야 협상이 길어지거나 하면 4월이 될 수도 있다.

개각폭에 대해서는 "대통령 본인도 결심을 안했을 것" 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처럼 아주 유동적인데 다만 분위기에 미뤄 중폭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연홍 기자

◇ 정치개혁

金대통령은 대야 (對野) 관계 회복과 정치복원 의지를 천명했다.

야당 의원 빼내오기를 하지 않겠다는 등 한나라당이 요구해 온 정계개편 포기 요구에 화답했다.

이틀 전 '국민과의 대화' 에서의 이른바 '야당의 자체관리론' 에 대한 야당 반발을 의식, "신문보도를 인용한 것일 뿐 다른 당 내분에 관심도 없고 야당이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고 해명했다.

"야당 요구 중 고칠 것은 고치겠다" 는 말도 덧붙였다.

한나라당도 "다소 진전이 있는 발언" 이라는 반응이다.

"진의로만 판명되면 우리가 (총재회담) 역제안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朴寬用 부총재) 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金대통령은 또 '지역감정 해소' 와 정당명부제 도입 등 '정치개혁' 을 유달리 강조했다.

지역감정은 반드시 극복해야 하고 극복할 자신도 있으며 그러기 위해선 정당명부제 도입을 통한 각 정당의 전국정당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로 두 가지 과제를 연결시켰다.

그러나 야당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나라당은 "마산.구미에서 선동이 있었다" "영남지역에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좋다" 는 金대통령의 발언을 '현실인식 결여' 로 평가절하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