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정국' 앞둔 JP, 분주한 주말 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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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는 20일 자민련 수뇌부를 부지런히 만났다.

金총리는 22일 청와대 주례보고때 김대중 대통령과 내각제 문제의 해법을 조율하는데 20일 만남은 당의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날 오찬에는 박태준 (朴泰俊) 총재와 당3역.부총재단이 참석했다.

JP는 朴총재를 염두에 둔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金총리는 "당은 朴총재를 잘 모시고 끝까지 의지를 다지며 잘 해나가자" 고 朴총재와 함께하는 내각제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

내각제에 대해 朴총재는 경제를 회생시킨 뒤 논의하자는 입장. 이같은 '선 (先) 경제회생' 은 청와대와 가깝다.

최근 金대통령은 朴총재를 포함한 DJT 3자간에 논의해 내각제 결론을 낼 것이라고 朴총재의 역할을 언급해왔다.

때문에 이날 JP의 발언들에선 내각제 '풍향계 (風向計)' 가 된 朴총재의 마음을 잡아놓으려는 의중이 엿보였다.

金총리는 이어 자민련을 탈당한 뒤 강원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최각규 (崔珏圭) 전 지사가 화제에 오르자 "당인으로 한번 맺은 의리는 끝까지 다지고 잘해나가야 한다" 며 내부이탈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일본 총리의 지지도 급증이 화제에 오르며 구천서 (具天書) 총무가 "우리 대통령은 84%대" 라고 하자 金총리는 "93%가 3%도 되는 마당에 아무 소용없는 것" 이라고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金총리는 특히 일부 국민회의.청와대측 인사들이 '개헌연기 불가피론' 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참석자들 지적에 대해 "역대정권에서도 그랬지만 저쪽 권력주변 인사들도 권력의 단맛에 빠져들고 있다" 고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朴총재는 여전히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朴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金대통령에게 내각제 논의 진도를 물었더니 '기다려보시오' '빨리 할테니' 라고만 했다" 고 소개했다.

金총리는 25일까지 확실한 결론이 안날 경우에 대비한 장기대책을 함께 구상 중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편 이날 오전 金총리는 그간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던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를 따로 집무실로 불러 1시간 동안 밀담 (密談) 을 나눴다.

당내 내각제 목소리를 주도하는 金수석과의 관계이상설을 외부에 불식시키는 한편 '25일 이후' 의 장기대책을 함께 숙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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