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의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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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의 서면답변서에는 여기저기 은유가 섞여 있다.

그런 수사 (修辭) 법을 통해 鄭전총회장은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그의 여유있는 심정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환란 (換亂) 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특히 그랬다.

그는 "한보 부도로 국가가 치욕적인 IMF체제에 들어가게 됐다" 며 자신의 책임을 묻는 김칠환 (金七煥.자민련) 의원의 질문에 "기업관리는 기업주가 하지만 기업의 지도.감독은 국가 경영자가 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목말라 죽는 초목만 탓할 것이 아니라 타죽는 초목에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한 위정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 당시 김영삼정권의 핵심부에 화살을 돌렸다.

"한보사태가 외환위기의 시발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냐" (鄭宇澤의원.자민련) 는 물음에는 "물론 시냇물이 흘러 대해 (大海)가 이뤄진다.

그러나 위정자가 그런 것을 모르고 시설자금을 중단한 것은 정부도 책임이 있다. 유모가 젖을 주지 않으면 아이는 죽는다" 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이제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라" 는 어준선 (魚浚善.자민련) 의원의 충고에 대해 "지난 4일 청문회장에서 다 털어버렸다" 고 응수하는 여유도 보였다.

호기 (豪氣) 도 여전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산은으로부터 시설자금 3천억원을 받는다면 3년내에 10조짜리 공장을 완성하겠다" 는 기존의 주장을 수차례 반복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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