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희생자 남동생, 눈물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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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희생된 윤모씨 남동생 미니홈피


연쇄살인범 강호순에게 희생당한 윤모(당시 23·여)씨의 남동생이 누나를 그리워하는 편지를 인터넷에 띄워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강원도 정선에 살던 윤씨는 지난 2006년 9월 7일 오전 8시쯤 출근길에 강호순에게 납치됐다. 인근 야산에 암매장된 윤씨는 강호순이 검거된 지난 2월에서야 실종 2년 5개월 만에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다.

동생 윤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누나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하늘로 보내는 편지’ 를 적었다.

윤씨는 "지금 나에겐 가슴에 바위를 올려놓은 듯한 무거운 마음의 아픈 기억만 남게 됐다. 그때의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은 절망이다. 누나가 우리 가족 곁으로 오는 날, 영안실 하얀 침대 시트 위 하얀 종이에 싸여 누워있는 누나의 모습을 보고 한없이 울었다"고 썼다.

또 "누나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더 많은 걸 못해줘서, 맛있는 것 한번 사주지 못해서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누나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한스럽습니다"고 적었다.

사진 출처= 희생된 윤모씨 남동생 미니홈피


이어 "어젯밤 꿈에 누나가 보였어. 날 보고 웃어 주는 누나의 모습을 보았어. 항상 누나는 내 꿈에 와서 날 보면서 웃어 주는 것 같아..내가 힘들어 할 때 말야"라며 "난 항상 생각해. 누나를 잃은 게 아니고 잠시 다른 곳에 여행을 갔다고. 내 자신을 다스리며 참았던 고통이 오늘은 한꺼번에 밀려와"라고 적었다.

또 "하늘에서는 잘 지내지?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 거기에서는 아픈데 없이 따뜻하게 지내고 있지?"라며 "오늘 누나가 너무 보고 싶어서 어린 티 내면서 이렇게 누나 찾게 됐어. 항상 힘들 때 마다 절에 가서 누나한테 소주 한잔 부어주면서 누나 사진 보면서 눈물도 흘리고 항상 힘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이어 누나가 희생된 뒤 찍은 가족사진을 공개하며 누나의 모습을 합성시켜놓기도 했다. 윤씨는 누나의 죽음을 겪은 지난 2월부터 자신의 미니홈피에 ‘하늘로 보내는 편지’란 제목의 글을 꾸준히 적고 있다.

네티즌들은 윤씨의 편지에 눈시울을 적시며 "누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코끝이 찡하다" "누나 몫까지 열심히 살아달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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