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기숙사 '금남의 벽'허문다…재미 교환학생 첫입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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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남 (禁男) 의 집' 이자 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 의 무대로 유명한 이화여대 기숙사가 새 건물로 이주하면서 1백10년만에 남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

외국대학 및 국내 다른 대학과의 교류가 활성화하면서 이대측이 짜낸 고육지책이다.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오는 28일 '합법적으로' 이대 기숙사에 입주하게 될 첫 남학생들은 에드워드 김 (21.미 미시간대 경제3) 씨 등 재미동포 교환학생 3명. 이들은 기존 기숙사로부터 3백여m 떨어진 자연과학대 옆에 지난달 30일 완공된 총 4백97실 규모의 새 기숙사내 유학생 전용 공간 (1백실)에 입주하게 된다.

또 94년부터 계절학기의 학점교류를 실시하고 있는 포항공대 남학생들도 입주 대상자로 확정돼 이번 여름방학부터 이 곳에 입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대측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학생과 한 건물을 쓰게 되면서 일어날 불상사 (?) 를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생활을 강조하는 신세대의 분위기를 맞춰주면서도 가혹한 통제를 담당할 'B사감' 의 역할은 컴퓨터가 맡는다.

컴퓨터를 통해 외박.점호 불이행 등이 일괄 관리돼 적당히 눈감아주던 관행은 없어지고 기숙사 생활 하나하나가 점수화된다. 벌점이 10점이면 즉각 퇴실 대상이다.

이대측은 또 방에 다른 학생을 재울 경우 '경고없는 퇴실조치' 라는 초강수를 도입, 21세기식 '금남의 집' 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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