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바람 타고 '재탕'광고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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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저거 옛날에 봤던 광고인데. " 최근 CF광고계에 '보고 또 보고' 광고가 유행하고 있다. 한때 슬그머니 매장에서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떠오르는 복고상품들이 잇따르면서 관련광고들이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전파를 타고 있는 것.

이들 리런칭 (Re - launching) 광고들의 복귀 움직임은 소재나 예산부족 탓도 있지만 잊혀졌던 제품의 이미지를 낯익은 광고를 통해 다시 환기시키는 효과도 적지 않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때 탤런트 이덕화씨가 나와 엘리베이터를 힘차게 치는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 하던 쌍방울의 트라이광고 (애드벤처) 는 모델이 탤런트 유동근씨로만 바뀌어 '재방송' 중. 미소를 띄우는 여자모델을 쫓아 엘리베이터로 달려가지만 곧바로 문이 닫히자 문을 세차게 내려치며 아쉬워하는 내용이 바로 그 것.

어찌보면 촌스런 면이 없지 않지만 8년전 광고 콘티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이전 소비자들과 새로운 젊은 층을 동시에 잡아보겠다는 '두마리 토끼잡기' 전략이다.

이 광고에서 유동근은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엘리베이터 문을 두드리는 등 선배를 의식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연기를 펼친 바람에 세트로 지어진 뒤에서 문을 떠받치던 스탭들도 온몸으로 진동을 막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

애드벤처 관계자는 "그동안 트라이 광고가 10여편 있었지만 소비자 조사를 해본 결과, '엘리베이터편' 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리런칭 광고 전략을 도입했다" 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콘택 600 (코래드) 도 최근 친숙한 소방수 광고를 다시 내보내기 시작했다. 열심히 불을 진화하고 있는데 슬쩍 흘러내리는 콧물. 무서운 불을 상대하는 소방수도 감기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주머니에서 콘택600을 꺼내 소방호스의 물로 꿀꺽 삼킨 뒤 다시 진화작업에 전념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카피. '감기는 잡았으니 이제 불도 잡자. ' 특히 이 광고는 번지르한 컬러 광고 시대 속에서 찰리채플린식 흑백 광고로 차별화를 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2년 전에 선보였다 퇴장한 영풍의 알카바 건전지 광고 (대홍기획) 도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편의 광고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이미지로 새로 만든 리메이크 광고 (Re - make) 광고도 선보였다.

홍콩영화 배우인 유덕화.장국영을 출연시켜 화제를 모았던 동양제과의 투유초콜렛 광고 (제일기획)가 바로 그 것. 제일기획 제작팀은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고 화면 전체를 파스텔 톤으로 처리한 것은 이전 광고와 똑같지만 밀레니엄을 강조한 것이 특징" 이라고 설명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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