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감위원장, 소액주주권등 '모순론'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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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기업 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칫 현실을 무시할 정도로 지나치면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투명성의 모순' 론을 펴 눈길을 끌고 있다.

李위원장은 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신년 세미나' 강연에서 "투명성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 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투명성 문제가 오히려 구조조정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특히 소액주주권의 강화는 효율적인 경영감시체제 확립엔 도움이 되지만 합병 등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감자 (減資) 를 실시하는 과정 등에서 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을 들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SK증권 증자 참여' 에 반대,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당시 3천원이던 SK증권 주가가 지금은 1만원까지 올라가 SK텔레콤은 거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李위원장은 또 회계처리에 대한 투명성의 모순도 지적했다. 회계 기준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기업의 대외신인도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자칫 내용이 너무 속속들이 밝혀지거나 부실이 드러남에 따라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국제경쟁에서 손해를 보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

그는 "한마디로 투명해져도 죽고, 투명하지 않아도 죽는 모순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 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성은 불가피한 대세라고 강조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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