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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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느날 아침 일어나 거리로 나섰는데 거리가 텅 비어있는 우울한 상상. 아니면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을 하다가 언젠가 이와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는 느낌.

스페인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 는 이렇게 누구나 한번씩 겪었음직한 평범한 느낌과 상상에서 출발,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멀쩡한 주인공이 해괴한 몰골로 변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되지 않는 그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헤매야 한다. 상상력과 재기가 넘치는 27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펼쳐보이는 현란하고 복잡한 퍼즐게임과도 같다.

주인공은 동화 속 왕자처럼 돈 많고 잘생긴 청년 세자르. 친구의 애인인 소피아를 만나 첫눈에 반하지만 이를 질투한 옛 애인 누리아가 자동차로 동반자살을 기도한다.

세자르는 간신히 살아남지만 사고로 처참한 몰골로 변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채 과거와 미래, 그리고 의식과 꿈 사이를 헤맨다.

여성에 대한 세자르의 집착과 공포가 원색의 컬러와 역동적인 촬영에 힘입어 현란하고도 관능적인 영상으로 재현되고, 돈만 있으면 인간의 미래와 꿈까지도 변조.재생시키는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암울한 상상이 묘사돼 있다.

스페인에서 대흥행을 기록한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으며 도쿄영화제에선 대상을 수상했다. 6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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