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돌아온 딸 … 온 미국이 들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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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8년 전 납치된 11세 소녀(사진)가 성인이 돼 돌아왔다. 납치범과의 사이에서 난 딸 둘을 데리고서다. 범인은 가석방 상태의 50대 부부로 드러났다. 1991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이시 두가드 납치사건이 18년 만에 풀렸다고 AP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가드는 91년 6월 캘리포니아주 레이크타호 집 앞의 스쿨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가 괴차량에 납치됐다. 이 장면을 목격한 두가드의 양아버지 칼 프로빈이 자전거를 타고 뒤쫓았지만 놓쳤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그는 납치 용의자로 몰렸고, 결혼생활도 파탄 났다. 이후 10년 동안 딸을 찾아 헤맸던 두가드의 어머니 테리도 딸이 살아 돌아오리란 희망을 접어야 했다.

두가드를 납치한 건 필립 가리도(58)와 부인 낸시(56)였다. 이들은 두가드의 집에서 270여㎞ 떨어진 앤티옥 소재 자신의 집으로 소녀를 끌고 갔다. 그러곤 창고에 그를 18년 동안 감금했다. 필립은 신흥종교에 심취했지만 노모를 모시고 살아 이웃의 의심을 사지 않았다. 단지 가끔 “신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뿐이다.

그러나 필립은 2m 높이 담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집에 들어서면 악마로 돌변했다. 납치해온 두가드를 성폭행해 딸 둘을 낳게 했다. 현재 11, 15세가 된 두가드의 딸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갇혀 지냈다. 필립의 성범죄 전력은 70년대로 거슬러올라갔다. 주로 15세 미만 어린 소녀를 재물로 삼았다. 그러다 88년 성폭행 혐의로 철창 신세를 진 뒤 가석방됐다.

그는 이번에도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 주변에서 두 딸과 함께 배회하다 덜미가 잡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가 가석방 상태인 것을 알고는 출두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그가 대담하게 부인은 물론 두가드와 두 딸까지 데리고 경찰서에 나타났다가 범행 사실이 들통났다. 두가드는 현재 경찰이 보호 중이다. 그의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전역이 흥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범죄 가석방자가 18년 동안 소녀를 감금하고 아이 둘까지 낳게 할 때까지 경찰은 뭘 했느냐는 것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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