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동·서양 모두 포괄, 균형 잡힌 세계미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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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상을 비추는 거울, 미술
줄리언 벨 지음
신혜연 옮김, 예담
496쪽, 5만5000원

‘깊이’보다는 ‘폭’에, 미술의 구성요소를 재정립하기보다는 현재 인정받고 있는 내용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미술사 책이다. 미술사의 고전으로는 흔히 곰브리치의 책을 꼽지만 이는 서양에 국한됐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21세기 현대미술까지 다룬데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인도·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의 전통예술까지 포괄하기에 진정한 의미의 ‘세계미술사’책이라 할 수 있다.

12개 장으로 나눠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되 동서양을 넘나들고, 미술작품의 위상보다는 정치· 사회· 종교적 변화와 어우러진 제작과정에 중점을 둔 독특한 서술방식이 눈길을 끈다.(책 제목도 현실을 반영하려는 지은이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예를 들면 제 8장 ‘정착과 계몽’에는 18세기 조선의 윤두서 ‘자화상’이 당시 조선의 정세와 더불어 해석된다. “동서교역은 한국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8세기 이전 동양미술에서는 이런 작품을 발견하기 힘들다. 서양문헌을 접하면서 한국의 유교를 근대화하려는 개혁의 움직임에 연관된, 이 박학한 양반은 알브레히트 뒤러처럼 내면에 대한 정밀한 탐구를 시작했다”는 식이다.

지은이는 영국에서 화가이자 작가, 그리고 미술비평가로 다양한 활동을 펴는 전문가. 책을 읽다보면 그의 해박한 지식과 균형잡힌 시각, 간명한 설명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도판을 보여줄 수 없을 때는 언급을 않는다는 원칙하에 세계미술사 흐름을 나타내는 도판 352점을 골라 실었는데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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