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때 피해 딸로서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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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右)이 12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표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2일 김대중(DJ)전 대통령에게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많은 피해를 보고 고생한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연쇄 면담의 마지막 순서로 이날 서울 동교동의 '김대중 도서관'에서 DJ를 만난 자리에서다.

박 대표는 "아버지의 기념관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것도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인사한 것이다. 이에 DJ는 "과거 일에 대해 그렇게 말해주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지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부여한 것에 대해선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기념관을 짓는 것은 내 자신이 적임자라 생각했다"고 했다. 박 대표와 DJ의 대화는 화기애애했다. 남북.경제.지역통합 문제 등을 화제로 서로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DJ=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대한민국 정통성을 지켜나가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도 서로 '윈윈'하자고 얘기했다. 문제는 평화통일이다. 박 대표도 이 점에 의견을 같이할 걸로 확신한다.

▶박 대표=같은 생각이다. 앞으로 남북문제에 대해 많은 조언을 구하고 싶다.

▶DJ=북에 다녀왔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것을 잘 알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 또 가고, 가서 할 말을 직접 하라. 김 위원장을 만나 봐서 알겠지만 얘기가 되는 사람이다.

▶박 대표=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공동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항상 하려는 마음이다.

▶DJ=박 대표에게 특별히 부탁할 것이 있다.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 국민과 기업이 희망을 잃었다.

▶박 대표=투자할 환경을 만들어 주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할 텐데 안타깝다.

▶DJ=그 문제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 풀어야 되고 당분간 경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경제가 상당히 위험하다.

▶박 대표=경제야말로 최우선 과제이나 정부가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안 내놓으니 지금으로선 반대나 찬성을 할 게 없다.

▶DJ=말려들어가지 말고 경제에 총력을 기울여라.

▶박 대표=그렇게 노력하겠다.

▶DJ=정치란 누가 여론의 지지를 받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지역감정 해소 등 지역주의 타파 문제와 관련해선 김 전 대통령이 박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DJ는 "동서화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가 못한 일을 박 대표에게 하라고 해서 미안하지만 (지역주의 타파의)제일 적임자이니 수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호남 지역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지속적으로 노력할 테니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표 '정쟁중단, 민생주력' 선언 예정=전직 대통령 예방을 끝낸 박 대표는 13일 '긴급 민생점검회의'를 주재한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경제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핵심 당직자는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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