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용기있는 증인을 보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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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제통화기금 (IMF) 환란의 원인과 책임을 밝혀내야 할 경제청문회를 시민감시단의 일원으로 현장에서 죽 지켜봤다.

우선 여당 단독으로 열리는 청문회의 한계와 여당간의 당리당략적 경쟁이 눈에 거슬렸다.

청문회를 평가하면서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청문회 일정이 진행될수록 정책청문회는 멀어지고, 의원들의 정략적인 발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회의는 야당을 비판하는 데 필요 이상의 무게를 두고 있고, 자민련은 과거의 치적 (?) 자랑하기가 자주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달 28일 국민회의의 한의원이 대선 당시 이회창 (李會昌) 후보가 "기아를 살려야 한다" 는 주장을 해서 문제가 됐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 있어선 여당 수뇌부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자민련의 두의원은 금융실명제에 반대한 것이 자민련의 당론임을 강조하면서 실명제가 경제파탄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으나 방청석의 공감을 얻지못했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여당이 야당의 청문회 동참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원외로 나가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동참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의원들은 구체적 자료와 증거도 없이 증인을 추궁하는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막무가내식 추궁은 '청문회스타' 가 되겠다는 의원들의 욕구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의원들의 중복질문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사안에 대해 동시에 질의하는 '일괄질의 방식' 이나 사안별 역할분담을 통한 집중신문을 시도함직하다.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든다.

그러나 논리적이면서도 핵심을 잘 짚어낸 김영환 (金榮煥.국민회의) 의원이 돋보였던 것 같다.

특히 한보그룹의 증발된 거액이 비자금임을 한보 법정관리인으로부터 끌어낸 점이 인상깊었다.

金의원은 자료준비도 잘 된 듯했다.

정세균 (丁世均.국민회의) 의원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어려운 경제문제를 하나하나 풀어서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청문회가 정치교육의 장 역할을 하게 했다.

증인들이 책임 떠넘기기와 '모른다' 로 일관한 것은 대질신문을 통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가를 밝혀내기를 촉구한다.

대다수의 국민은 이미 환란의 실질적인 원인에 대해서 알고 있다.

관치금융.정경유착이 바로 주범인 것이다.

지금 국민은 '내 잘못이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정부관료.재벌.은행총수.정치인을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재벌문제를 빼고 진행되는 청문회에 대한 문제도 있다.

청문회를 결산하면서 재벌개혁 등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아직도 국회의 문턱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청문회장 방청석에는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거의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에 비해 시민단체에는 단체당 두 명으로 방청을 제한한다.

국회 사무처의 '발상의 전환' 을 기대한다.

시민감시단은 이번 청문회가 환란의 진상을 규명하는 결실을 이끌어내도록 계속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경제청문회와 시민감시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며,가능하다면 시간을 내 직접 모니터 활동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개혁시민연대 02 - 634 - 3920.

이승수 정치개혁시민연대 청문회감시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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