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맥짚기] 부동산 파생상품 못미더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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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금융 재테크 기법을 가미한 부동산 투자 관련 파생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 상품의 성공여부가 관심거리다.

주요 파생상품으로는 땅값이 오르면 이자수익도 동반 상승하는 토지수익연계채권과 여러사람이 투자한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후 개발.운영해 생기는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부동산투자신탁 (REIT) , 그리고 담보권을 채권화한 주택저당채권 (MBS)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REIT는 요즘 증권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뮤추얼 펀드 기법을 접목시킨 것으로 그동안 부동산컨설팅업체들이 상가나 토지의 분양촉진을 위해 가끔 써먹어온 기법이다. 회원제.지분제 분양이 바로 부동산 뮤추얼 펀드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파생상품의 수익성이 당초 주관사가 약속한 만큼 되느냐는 점이다. 특히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부동산 뮤추얼 펀드는 공신력 등을 감안할 때 위험의 소지가 많고 초기 자금확보를 위해 수익성을 부풀려 제시하는 등 투자자들을 현혹시킬 우려가 크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나중 주관사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든가 관련 사업이 망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어도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주체인 경우엔 투자금을 몽땅 날리는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회사가 공신력이 있는데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민원해결 차원에서 최소한의 이익은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공신력만을 너무 앞세워 투자자들을 호도할 소지가 있다. 또 수익금 배분율이나 투자조건을 너무 발행기관 위주로 정한다든가 수익률을 낮게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접수를 마감한 토지공사의 토지수익연계채권 청약률이 극히 저조한 것도 바로 이런 영향 때문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물론 투자자들이 아직도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선뜻 나서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지만 발행조건을 너무 주관업체 위주로 정한게 낮은 청약률을 낳게 한 원인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부동산 경기가 호전돼 앞으로 땅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한 나머지 표면금리를 4%대로 너무 낮게 잡았고 연계한 토지의 투자 수익성도 과다하게 잡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번 토공의 실패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부동산투자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할 때 주관사들의 장미빛 투자수익률을 너무 믿었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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