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軍 문민화'는 군 고유영역 존중하면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청와대가 '국방부의 문민화'에 관심이 많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취임 이후 연일 이 사안을 강조하고 있다. '육.해.공 균형발전'은 이미 가시화돼 육군 출신이 사실상 독점해 오던 합동참모본부의 정보본부장에 공군 출신이 임명됐다.

이런 군 개혁의 방향은 원칙 면에서 바람직하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됐다. 미국 국방부 본부에는 현역보직이 하나도 없다. 차관보 이상 자리는 민간인만 임명된다. 그러나 우리는 국방부가 '직업군인들의 성역'으로 자리잡아 왔다. 국방 분야에서 민간 인력은 5%에 불과하다. 이러니 군이 폐쇄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른 폐해도 있었다.

'3군 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육군 위주의 군 구조가 현대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그러나 육군 출신이 군 운영의 실권을 쥐어왔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될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 군도 이제는 윤 장관이 언급한 방향으로 개편할 때가 됐다.

그러나 유념할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군의 문민화가 군 고유의 전문영역을 훼손할 수 있는 소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문민화의 기본 취지는 국방정책이나 인사.군수 등은 민간인 전문가가 맡고 군인은 작전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국방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인사.작전에 개입하려 든다면 오히려 군을 망치는 일이 빚어질 것이다. 군인들이 인사권을 쥔 민간 간부, 소위 정권 쪽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신종 '정치군인'이 될 것이다. 작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군령의 독자권을 엄격히 규정하거나, 중하위급 장성이나 영관급 인사는 군 자체의 인사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국방 분야에서 민간인 전문가층이 취약한 데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군이 불안을 느끼거나 사기가 저하돼서는 안 된다. 군을 위한 작업임을 설득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