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김선홍씨 '퇴진거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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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선홍 (金善弘) 전 기아그룹 회장은 왜 그토록 정부와 채권단의 퇴진요구를 거부했을까. 기아경영에 대한 집념 때문인가.

아니면 비리를 감추기 위한 자기방어였나. 28일 경제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먼저 97년 상황을 꺼내면서 이 문제를 추적했다.

기아가 부도난 97년 7월 15일부터 법정관리 발표가 있은 그해 10월 24일까지 최대 쟁점은 金회장의 퇴진문제였다.

당시 정부와 채권단은 '김선홍 체제' 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기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아래 그의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는 "불명예퇴진보다 죽음을 택하겠다" 는 격한 언어까지 동원하며 버텼다.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끝나가던 9월 하순엔 '화의 (和議) 신청' 이라는 돌출행동까지 했다.

그의 사퇴는 법정관리 발표 닷새 후인 10월 29일에야 이뤄졌다.

의원들은 金전회장의 이같은 무리수가 거꾸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秋美愛.국민회의) 의원은 "경영권 유지에 대한 집착이 기아사태 장기화와 대외신인도 급락을 초래했다" 고 강조했다.

秋의원은 그러면서 "회계장부 조작 등 비리가 드러날까봐 그런 것 아니냐" 고 떠보듯 추궁했다.

정우택 (鄭宇澤.자민련) 의원은 "법정관리를 거부하고 화의를 주장한 것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느냐" 고 캐물었다.

그러나 金전회장은 계속되는 신문에도 시원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상 사퇴를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부도 직후 사표를 써 이사회에 제출했는데 임원들의 연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나를 경영권에만 집착한 악물 (惡物) 로 몰아세우지 마라" 고 항의도 했다. 결국 이 문제는 제대로 풀지 못한 채 미스터리로 남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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