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변협회장에 지명 '인권전사' 김창국 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25일 오전 서울 남산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는 평소 볼 수 없던 긴장감이 돌았다.

전국 변호사의 대표를 사실상 뽑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총회장이었다.

이날 총회에는 변호사업계 안팎에 닥친 위기감 때문인지 역대 최다인 1천56명의 변호사가 직접 참석했다.

주차장은 중대형 승용차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투표장 입구에서 막판 선거전이 벌어지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서울총회에서 대한변협 회장을 지명하면 다음달 21일 열리는 대한변협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추인' 을 받아 정식 회장이 되므로 이날 행사는 전국 변협의 조타수를 결정짓는 자리.

이날 대한변협 회장 후보로 출마한 사람은 '민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김창국 (金昌國.59) 변호사와 '헌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의 김동환 (金東煥.65) 변호사.

진보 성향의 김창국 변호사가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젊은 변호사들은 보수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원로변호사 1백여명이 대거 입장하자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결과는 김창국 변호사가 5백35표를 획득, '헌변' 등 보수진영 변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김동환 변호사를 83표차로 따돌린 근소한 승리. 김창국 변호사의 승리가 확정되자 소장 변호사들은 "변협에도 변화의 시대가 왔다" 며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보수.진보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선거에서 '민변' 출신으로는 최초로 회장에 지명된 김창국 변호사는 "뼈를 깎는 아픔으로 법조 부조리 추방에 온몸을 내던지겠다" 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큰 변화를 기대해도 좋다" 는 말로 회장 지명 일성을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줄곧 보수적 인사가 조타수를 맡았던 변협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강직한 검사에서 시민운동의 대변자로 변신한 金변호사는 인권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81년 광주지검 부장검사를 끝으로 개업한 그는 88년 검찰출신으로는 참여하기 껄끄러웠던 민변에 창립 멤버로 참여, 각종 시국사건 변론을 맡았다.

9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참여연대 공동대표직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87년 김근태 (金槿泰) 씨 고문사건의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 (특별검사) 를 맡아 고문경관들을 날카롭게 신문하면서 인권변호사로서 이름을 떨쳤다.

91년에는 강기훈 (姜基勳) 씨 유서대필 사건의 변론을 맡기도 했다.

대전 법조비리와 관련해 金변호사는 "장기적으로는 공신력있는 법관.검사 평가제도를 도입해 사법개혁에도 일조하겠다" 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차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출신인 이진강 (李鎭江.56) 변호사가 선출됐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