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기관보고 5일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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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권 단독의 '반쪽' 청문회이긴 하지만 의외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기관 보고 닷새 만에 설 (說) 로만 나돌던 의혹들의 베일이 차츰 벗겨지고 있는 것. 25일부터 시작될 증인.참고인 신문에 중요한 밑자료들이다.

◇ DJ비자금 불법 추적 = 지난 대선 때 은감원.증감원 직원들이 이른바 '사직동 팀' (청와대 특명사정반)에 파견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후보의 계좌를 영장없이 불법 추적한 사실이 당시 은감원 6국장이던 김상우 금감원 종합기획국장의 증언으로 확인됐다.

◇ '빚' 내는데 급급한 재경원 = 국제수지 관리와 외환보유액의 총괄책임을 진 재경원은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외화차입을 통해 적자를 메우는 데만 골몰했다.

이규성 (李揆成) 재경부장관은 "환율정책 등 다른 다양한 방안을 사용하지 못했다" 고 인정했다.

◇ 조타수 없는 외환정책 = 국내외의 시선이 한국 정부의 환율 방어능력에 집중돼 있던 97년 10월말부터 20여일간 재경원과 한국은행은 원칙없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풀거나 무작정 후퇴했다.

불안을 느낀 외국투자자들의 '대탈출' 로 이어졌다.

◇ 한보 1조원 증발 = 손근석 (孫根碩) 한보철강 관리인은 "한보철강이 노무비 7천3백32억원을 과다계상하는 등 모두 9천69억원의 투자비를 실제비용보다 늘려 잡은 것이 밝혀졌다" 고 증언했다.

◇ 기아 비자금 실체 = 유종렬 (柳鍾烈) 기아차 법정관리인은 " (비자금이) 뭔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고 밝혔다.

그는 "확실한 물증을 찾지 못했다" 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그의 '심증' 은 '사실' 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 이석채 전 정통부장관 PCS 심사기준 은폐 = 李전장관은 청문심사 당일 조찬간담회를 갖고, 심사위원들에게 "점수를 한 업체에 몰아주는 것이 좋겠다" 고 말했고, 특정업체에만 만점을 주고 나머지엔 0점을 주는 '전무배점방식' 이 도입됐다.

李전장관은 심사결과가 문제되자 그해 6월 21일 심사결과를 2급 비밀로 분류토록 지시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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