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문화 광고속에 생생…또래얘기 담아 눈길붙잡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요즘 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게 관심사일까. 또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는…. " 누구나 한번쯤 '그들만의 세계' 를 엿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열쇠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럴 땐 TV 광고로 눈을 돌려보자. 청소년층이 타깃인 제품을 중심으로 10대들의 '또래문화' 를 담아낸 CF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

1월초부터 전파를 탄 LG전자의 미니카세트 아하프리 (LG애드) 광고에선 한때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했던 람보게임을 변형한 '이의정 게임' 을 소재로 했다.

람보게임은 지하철 문이 열리면 객차로 뛰어들어가 "나는 람보다" 고 외치며 기관총까지 쏜 뒤 재빨리 내리는 게임. 장소는 한 지하철역. 술래가 된 교복차림의 한 여학생이 전철문이 열리면서 객차안으로 뛰어들자마자 탤런트 이의정의 전매특허인 '흔들흔들춤' 을 추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객차 안엔 바로 그 춤의 '원조' 인 이의정이 타고 있는 게 아닌가. '으악' 하고 놀란 여학생은 "죄송합니다" 를 연발하며 황급히 내린다.

광고의 무대인 지하철은 실제가 아닌 스튜디오 세트. 이전에 이동통신회사의 광고로 유명해진 지하철 세트를 그대로 재활용했다는 것. 학창시절의 '편린' 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광고도 있다.

롯데제과 에센 CF '묻히지 맙시다' 편 (대홍기획) 은 여고생 교실에서 펼쳐지는 자율학습 시간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수업시간에 몰래 에센을 먹다가 결국 초콜릿을 잔뜩 얼굴에 묻혀 선생님에게 들킨다는 내용.

광고촬영은 스튜디오에서 40여명의 여고생들을 엑스트라로 모아 진행됐는데 촬영이 자정을 넘기면서 동행한 학부모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대부분 귀가시키고 대신 새벽에 급구한 모델들과 남자모델 등 5~6명에게 여학생 가발과 교복을 입혀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는 후문.

학교 옥상에 올라가 선생님 또는 이성친구 등 무차별적으로 상대를 정해 가슴 고인 생각과 말들을 한껏 쏟아내는 모방송의 '가슴을 열어라' 청소년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광고도 인기다.

선생님에게 짝사랑을 고백하는 여학생, 와장창 놀 수 있게 자유시간을 달라고 조르는 남학생, '우리는 해병대가 아니다' 고 외치는 까까머리 남학생 등….

해태제과의 초코바 자유시간 광고 (코래드) 는 자유에 목마른 신세대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제작진은 실제로 10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자유롭게' 란 말을 빼곤 미리 어떠한 연출 지시나 대본도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고.

천재교육의 섹션 학습지 '필 (必)' 광고 (서울기획광고) 역시 한 고등학생이 옥상에 올라가 모범생을 겨냥해 "한두개 틀렸다고 죽는 소리하는 김범생, 너 기죽이냐, 두고 봐. 나도 필 시작했어" 라고 소리치는 등 '가슴을 열어라' 코너를 그대로 본떴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