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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비상 걸렸는데 보건소장·간부들 해외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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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이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경기도의 일선 보건소장들과 보건담당 간부들이 단체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고양시 덕양구·용인시 기흥구·하남시·파주시·양평시 보건소장 5명, 성남시 분당구·수원시 영통구·의정부시·화성시·양주시 보건가족담당 계장 5명,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부장 등 협회 직원 5명 등 모두 15명이 호주 해외 연수를 위해 24일 출국했다.

이 연수는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부가 주관했다. 참가자들은 호주 시드니의 노인복지시설과 구청, 보건소, 메디컬센터, 장애노인요양시설을 둘러보고 29일 귀국할 예정이다.

수원의 한 보건소 직원은 “신종 플루 발병 이후 거의 모든 보건소 직원이 밤잠도 못 자며 일에 매달리고 있는데 간부들이 해외연수를 떠났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연수 프로그램 대부분이 1~2시간 정도만 할애하면 되는 기관 방문과 안내를 받는 사실상의 외유성 연수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인구보건복지협회 측에 “시기적으로 보건소장들의 해외 연수가 부적절한 것 같다”며 두 차례에 걸쳐 연수의 연기 또는 국내 연수로 전환을 권고했다. 그러나 협회 측은 “당초 올 3월 추진하려던 해외연수가 여러 사정으로 한 차례 연기된 데다 이미 호주 현지 기관과 방문 약속이 잡혔기 때문에 취소하기가 곤란하다”며 강행했다.

경기도 보건위생정책과 관계자는 “연수 내용이 시급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방역 최일선 기관 수장인 보건소장 등이 연수를 떠나 답답하다”며 “보건소장의 경우 시·군에서 인사권을 갖고 있어 도에서 강력하게 연수 연기를 요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해외연수에 동행해 대답할 처지가 못 된다”고 말했다. 

수원=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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