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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7~8㎝·무게 50g 초소형 비행기 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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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10년 어느 날. 노후한 국내의 한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이 감지됐다. 전력회사측은 급히 사고 추정구역으로 '비행기' 를 띄운다. 잠자리만한 이 초소형비행기는 사고구역을 구석 구석 돌면서 사고처리반에 각종 사진을 전송해준다.

이는 그전 같으면 어림 없던 일. 회사측은 위험지역에 사람을 투입할 수 없었으므로 막대한 발전 손실에도 불구하고 일단 원전 가동을 중지하고 현장을 살펴야 했었다.

잠자리만한 초소형기 개발이 꿈속에서 현실 속으로 날아들고 있다. 국내 학자 20여 명이 최근 이런 비행기 제작해보겠다고 연구회를 결성한 것.

'미세비행체연구회' (회장 韓喆熙과기원교수) 로 이름붙인 이 모임에는 한국과학기술원.국방과학연구소.LG종합기술원 등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당면 목표는 기술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는 것. 초소형기 관련 기술 하나 하나가 지금껏 선보인 적이 없다시피한 신기술인데다 그나마 미국 국방부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학자들의 힘을 모으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90년대초부터 초소형기에 관심을 둬온 미 국방부는 이를 정찰기로 활용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 안에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 이 초소형 정찰기는 길이 15㎝, 무게 85g에 최대 체공시간은 1시간 남짓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성능의 초소형기 제작만도 세계 최고의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일. 韓교수는 "일부 반도체 기술만을 빼놓곤 국내에는 초소형기 제작을 위한 핵심기술이 전혀 없는 상태"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필수기술로 ▶극소형 카메라 제작▶극소형 동력장치▶미세가공기술▶신호처리 시스템 등을 꼽고 있다. 이중 정찰 필수부품인 카메라의 경우 지름 5㎜ 안팎의 좁쌀만한 렌즈만으로 군대가 이동하는 모습을 선명히 담을 수 있을 정도의 기능을 갖춰야 한다.

소음없는 극소형 동력장치 또한 문제. 미 국방부 역시 아직 확실한 기술이 없어 일단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비행체가 무겁고 배터리 파워도 크지 않아 고속.장시간 비행이 그 만큼 어려워진다.

국내의 경우 다행히 미세가공에서는 상당 수준의 관련 기술을 확보한 상태. 한국항공우주연구소 김종철 (金鍾喆) 박사는 "반도체 가공 기술이 미세 가공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미세비행체연구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초소형기를 자체 기술로 제작하려면 힘을 모아도 5~6년은 걸릴 것" 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연구회가 시안으로 설계한 초소형기는 길이 7~8㎝의 잠자리형. 미국방부 모델과는 달리 날개를 펄럭이며 날게 돼 있다. 미국모델과 다른 점은 잠자리 몸체 부분을 태양전지로 깔아 동력의 일부분을 공급받는 것. 무게도 40~50g 안팎으로 훨씬 가볍다.

미 국방부의 경우 차세대 초소형기까지 개념 설계를 마쳐가고 있는 단계. 차세대 초소형기는 생화학물질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고 통신중계기능까지 갖추는 것. 또 이를 전투기 조종석에 부착해 조종사가 비상탈출시 구조대와 연락을 취하는 한편, 조종사에게 주변 정찰 상황을 전할 수도 있다.

미 국방부가 초소형기 개발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는 것은 정보 선점을 통한 세계 지배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초소형기는 군사용으로는 물론 위험지역 탐색 같은 산업용으로 가치가 큰 만큼 국내에도 정부가 이를 적극지원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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