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3차협의 전망]북-미 타협 가능성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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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북.미간 3차 협의의 핵심쟁점은 금창리 지하 핵의혹시설에 대한 사찰.

이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야만 곧이어 열리는 4자회담도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어 특별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사찰조건. 북한은 지난해 금창리 핵의혹 시설문제가 터진 직후엔 "절대 현장 접근은 불가능하다는 입장" 을 천명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북.미간 회의를 통해 북측은 '3억달러 제공 조건하 사찰 허용' 에서 '현물 보상도 무방하다' 며 계속 톤을 낮춰왔다.

특히 지난 12일엔 외무성 대변인 발표를 통해 "3억달러를 내면 특례적으로 단한번 금창리 접근을 허용할 수 있으며 사정이 있다면 이에 맞먹는 경제적 혜택을 줘야 한다" 고 공식 주장, 눈길을 끌었다.

종전까진 회의 석상에서나 은밀히 타진해봤던 조건을 공개리에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를 일단 '청신호' 로 받아들인다.

외통부 당국자는 "협상 분위기가 호전되는 것은 사실" 이라 밝히고 있다.

결국 문제는 미국이 경제적 보상을 해달라는 북측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낼지의 여부다.

미 정부는 표면적으론 "사찰 대가로 어떤 보상도 제공할 수 없다" 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북측에 선물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는 있다.

미 행정부가 '관람료' 지급에 난색을 표시하는 속사정은 미 의회 때문. 대북 강경론이 거세진 의회가 행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어 쉽사리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지출이 필요한 경우 즉각 의회의 견제가 들어올 것이 확실하다.

외통부 관계자는 "미 정부로선 대북 경제제재 완화나 식량 제공이 가능할 것이나 그중에서도 식량제공 쪽이 유력할 것" 이라고 귀띔했다.

경제제재 완화는 의회 동의 사안인 데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되는 반면 식량제공은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꾸며 진행할 경우 큰 반발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선물 리스트' 를 제시한 뒤 북한의 선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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