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신춘문예 생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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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드디어 인터넷에서 신춘문예도 열린다. 사이버 문예천국을 꿈꾸는 주인공은 인터넷 학술전문서점 유니북 (대표 임대영) 을 운영하는 20대의 네티즌과 한국소설대학 (학장 윤후명) 의 50대 중견소설가들.

이미 인터넷에는 젊은 소설가 김영하.한강 씨등 작가 개인의 홈페이지와 문학잡지들의 문예성 홈페이지가 있지만 본격적으로 문예물을 공모, '사이버 문예천국' 을 기획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이버신춘문예를 기획한 이들을 연결한데에는 유니북 총괄팀장 조민씨의 어머니인 곽의진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본금이 넉넉지 않아 신문이나 방송 등 매체를 이용한 광고는 아예 포기했다.

인터넷과 PC통신 상의 문학관련 게시판에 공지함과 동시에 인터넷 메일링 리스트를 이용해 개별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알렸다. 응모부문은 올해 단편소설부문만으로 제한했으며, 2회부터 시.희곡.평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단어도 생경하지만 '사이버신춘문예' 가 인구에 회자해야 하는 까닭이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코믹' 한 것은 '전형료 1만원' 을 내고 응모를 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대학입학시험에 응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문예공모를 통해 수익사업을 벌인다는 오해가 가능하지만, 조민씨는 "인터넷의 익명성 악용.남용을 방지' 함과 함께 '사이버 문단과 기존 문단과를 연계할 고리로서 단행본 출간 등 당선작가 지원사업에 재투자할 재원을 확보" 하겠다는 주최측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심사위원은 소설가로서 뿐 아니라 신문의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서의 경력까지 화려한 윤후명.유익서.정동수.황충상씨 등 중견 소설가들이 맡았다.

유익서씨는 "컴퓨터는 겨우 워드프로세서나 쓸 수 있을 정도인데, 사이버 문예천국을 향한 젊은 친구들의 열의가 훌륭했고, 또 확장일로로 뻗어나갈 사이버 세계에서의 문예활동 활성화를 돕겠다는 생각에서 합류했다" 고 밝혔다.

사이버 신춘문예가 명실상부한 작가 등용문이 되기 위해서는 당선 이후 작가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것. 기획영업팀장인 윤두식씨는 "당선작가에게는 사이버소설대학 사이트에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등 사이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 이라고 밝힌다.

하이텔 문학관 자문위원인 문학평론가 우찬제씨 (서강대 국문과 교수) 는 인터넷에서의 문예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사이버 문학이 단순히 인터넷을 이용했다는 도구적 측면뿐 아니라 소재와 새로운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적극 수용하는 발전된 모델이 나와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제1회 사이버신춘문예는 29일 응모를 마감하고, 설날인 2월16일 아침 인터넷 상에서 당선작을 발표하게 된다. 응모 사이트는 www.novel.co.kr이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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