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만,유전자 때문일수도 -뉴론 최근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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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성적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소크생명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과실파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파리의 한 유전자가 구애와 교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돌변한 파리들의 경우 성행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에 착안, 이를 '불만 유전자' 로 이름 붙였다.

이번 연구논문을 게재한 미국의 학회지 '뉴론' 은 불만 유전자의 존재는 사람을 포함한 고등생물에서까지도 유사한 유전자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으로 주목받을 만하다고 논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불만 유전자를 갖지 않은 정상적인 파리의 경우 교미는 암.수 모두에게 대단히 황홀하게 이뤄진다는 것. 수컷이 암컷에 접근해 날개를 부르르 떨며 한참 노래를 불러주고 앞다리로 암컷의 몸을 두드려 주면 암컷은 수분 후 기꺼이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불만 유전자를 가진 암컷의 경우 수컷의 이런 구애에 무심하다 못해 공격적이 되기까지 한다. 때로는 수컷을 멀리 뻥 차내는 파리도 있다는 것. 불만 유전자를 가진 수컷 파리는 정상적인 수컷과는 달리 짝짓기에 엄청난 관심을 갖는데 결과가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수컷은 암수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데 선천적으로 복부를 제대로 구부릴 수 없어 정상적인 교미행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불만 유전자가 일종의 호르몬 수용체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흥미롭게도 이 단백질은 인간의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젠 같은 호르몬의 수용체와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사람에게도 비슷한 유전자가 있다면 뇌 속 어딘가에서 소규모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에 찾기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불임제 개발이나 해충의 번식 억제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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