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행 옴부즈맨칼럼]화성탐사선 '랜더' 축소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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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주 나의 눈을 번쩍 뜨게 한 뉴스는 화성 (火星) 의 '소리' 를 지구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꿈을 싣고 발사된 화성탐사선 '랜더' 가 바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런 뉴스란 어떤 의미에서 단순한 뉴스의 차원을 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를 기사로 다루는 것과는 비교될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뉴스는 신문에서 오히려 다뤄지지 않았거나 다뤄졌더라도 소홀한 구석이 너무나 크게 나타난 꼴이 되고 말았다.

사실 화성극지탐험선 랜더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3일 오후 3시21분 (한국시간 4일 오전 5시21분) 발사된다는 것은 진작부터 미항공우주국 (NASA)에 의해 예고된 것이었다.

그 예고기사는 이미 보도되기도 했다.하지만 예고기사는 사실보도와 같은 것일 수 없고, 기사로서의 비중은 누가 뭐래도 사실보도에 있음은 새삼 지적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사실보도를 하지 않은 신문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문제는 사실보도를 한 신문조차 랜더 발사의 의미와 특징을 제대로 풀이한 곳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매체와의 경쟁 속에서 신문의 가장 큰 장점이랄 수 있는 분석과 해설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랜더는 화성탐사선으로는 최초로 마이크를 장착했다.

오는 12월 3일 화성에 착륙하는 즉시 화성의 소리를 인류 역사 이래 최초로 지구에 전하기 위해서다.

랜더의 착륙지점은 화성의 남극 근처인데 이곳엔 심한 바람이 불고 있으며 때로는 벼락도 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랜더가 전해올 소리가 어떤 것일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지만 그것이 이른바 '하늘소리' 이고 인간의 우주에의 꿈을 더 한층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화성의 소리를 들으려는 계획은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 박사에 의해 제창된 것이었다.

이미 고인 (故人) 이 됐지만 세이건 박사는 '코스모스' 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바 있으며 우리에겐 그 저서에서 태극기의 우주적 의미를 풀이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 바 있다.

그는 "화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화성의 소리는 과학적 가치가 크다" 고 주장하면서 계획의 성사를 위해 민간모금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비록 그 자신은 직접 듣지 못하게 됐지만 이번 일을 성사시킨 최대의 공로자는 세이건 박사라고 하겠다.

랜더에 장착된 마이크는 UC버클리대에서 만든 것으로 보청기 (補聽器) 부품과 일반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이크로 칩을 사용해 제작했다고 한다.

이 기계는 소리를 그대로 자동 녹음할 수 있으며 랜더의 로봇팔이 작업하는 작동음 (作動音) 도 별도로 기록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랜더에 녹음된 소리는 인터넷을 통해 즉각 공개될 것이라니 12월 3일이 자못 기다려진다.

이번 랜더의 역사적 의미와 특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NASA에서는 오히려 소리보다 생명체와 밀접불가결한 관계를 갖는 수분 (水分) , 곧 물의 존재를 탐사하는데 더 큰 의미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초로 화성남극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인데 남극에 랜더가 도착하면 약 2m 길이의 로봇 팔을 사용해 화성의 지표 (地表) 와 지하 (地下) 의 토양 (土壤) 을 채취해 탐사선 내부의 분석장치에서 열을 가하는 작업을 벌인다고 한다.

열을 가하면 수증기가 검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만약 수분이 존재한다면 생명체의 탄생 내지는 존재 여부와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랜더가 보내올 소리와 '생명' 의 소식은 인간과 지구와 우주의 역사에 새 장을 열 개연성마저 지니는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신문들이 연초부터 그 뉴스를 소홀히 했다는 것은 황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규행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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