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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마당극축제 '삐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광주비엔날레가 전시총감독의 위상 문제, 다시 말해 관료집단과 전문가들 사이의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것처럼 과천세계마당극축제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내 '국제' 행사 가운데 가장 성공한 대회로 손꼽히며 97년 창설 이후 2년동안 3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과천세계마당극축제지만 이같은 문제로 올해는 행사가 열릴지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행사 재정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과천시가 1.2회 행사를 치룬 연극인 임진택 집행위원장의 권한 축소를 요구하는 운영규정 개정을 제시했고 임위원장이 이를 강력하게 거부하면서 마당극 축제가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6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박웅) 와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의장 김명곤) 는 임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과천시를 압박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양 연극단체가 공인하는 집행위원회에 행사 전권과 결정권이 위임되지 않으면 과천세계마당극큰잔치에 참여하지 않고 타지역에서 별도로 추진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 담겨 있다.

연극인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연극인들이 힘들여 가꿔놓은 행사를 과천시가 성과만 가져가 과천 지역행사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순전히 연극인들의 발의로부터 행사가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과천시가 재정부담을 내세워 가로챈다는 생각이다. 또 공공 예술기관의 민간위탁을 고려하는 시점에 오히려 관주도 발상은 시대 역행이라는 시각도 한몫했다.

임위원장은 "지난해 행사 직후 사무국 상설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과천시로부터 부시장과의 공동 집행위원장제와 시공무원 13명의 사무국 파견을 제안받았다" 며 "과천시는 단순히 행정지원을 위한 것이라지만 지나친 간섭으로 전문성 훼손의 우려가 있다" 고 주장한다.

강준혁 서울연극제 축제위원장은 "조금 성공했다 싶으면 행사를 발의한 전문가를 배제하는등 지역인 욕심에 행사가 후퇴하는 경우가 많다" 며 "지자체들의 대규모 문화이벤트를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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