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편성비율 무색한 편법적용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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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SBS의 '생방송 한밤의 TV연예' 를 교양 프로로 볼 수 있을까. 한 주일 동안 일어난 연예계 소식이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시시콜콜 내보내는 프로인데 말이다.

하지만 방송사측이 방송정책.편성 등을 다루는 방송위원회에 보낸 분류항목에는 분명 교양으로 '등재돼' 있다. 오락 프로가 교양으로 '둔갑하는' 것은 방송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SBS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자. 수많은 쇼프로가 당당히 교양으로 분류돼 있다. 일상에서 찾기 힘든 기이한 사건을 찾아가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 비과학적 미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가 결정된 '토요 미스터리 극장' 등등.

MBC도 마찬가지다. 'MBC 가요콘서트' '퀴즈! 영화탐험' '아름다운 TV얼굴' '스타다큐' 등을 교양으로 분류하고 있다. 드라마 '전원일기' 와 보도프로 'MBC뉴스 굿모닝 코리아' 도 교양에 올라 있다.

숫자는 적지만 KBS2도 예외는 아니다. SBS '순간포착…' 과 유사한 프로인 '비디오추적 놀라운 TV' 와 대학생들이 재치.장기를 겨루는 '캠퍼스 최강전' 이 당당하게 교양 대접을 받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1주일 총 방송시간 중 보도 10%.교양 40%.오락 20% 이상 편성해야 한다는 방송위원회의 규정을 지키려다 무리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방송위원회에 제출한 부문별 편성비율을 보면 모두 규정에 어긋나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방송위 규정에 별도의 벌칙조항이 없다 보니 방송사가 자의적으로 프로성격을 '변질' 시키는 것이다. 물론 방송사도 할 말은 있다.

MBC 김세영 편성기획부장은 "법정비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억지로 밀어넣은 면이 있다" 고 인정하면서도 "나날이 변화하는 제작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종전의 분류법은 수긍할 수 없다" 고 반문했다.

교양.오락의 경계를 분명하게 나누기 힘든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되는데 법규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그러나 방송위 시각은 다르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서 방송사에 '면죄부' 가 될 수 없다는 입장. 특히 상식적으로 누구나 오락으로 판단하는 프로를 교양으로 분류한 것은 '아전인수적' 태도로 해석하고 있다.

방송위 박준석 연구원은 "또 다른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 통합방송법안에서 명확하고 엄격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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