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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핫라인 추진배경]'Y2K오발' 불행한 사태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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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2K (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가 일상생활이나 의료.산업 부문뿐 아니라 국가간 방위체계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남북한 대치상황에서 '조그만' 기술상 오류가 자칫하면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극비사항' 인 미사일이나 방위체계와 관련된 정보교환.공조에 나설 것이냐는 것. 국방부는 당국자 회담까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측 협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정보교환까지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서로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핫라인이 구축돼야 할 것"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무엇이 문제인가 = 대표적 분야가 조기경보용 모니터와 레이더 및 미사일. 순간 순간의 상황을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은 시간마다 각종 정보를 분석,점검하기 때문에 2000년이 되면 작동이 정지되거나 잘못된 화면을 내보낼 수 있다는 것.

미사일과 관련, 정통부 관계자는 "북한의 경우 80년대 이후 도입한 장비에 결함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 분석했다.

게다가 당시 납품했던 옛 소련 군수업체가 지금은 거의 문을 닫거나 민수공장으로 전업 (轉業) 해 북한의 국방분야 Y2K를 해결해줄 처지가 아닌 것으로 내다봤다.

국방부도 북한측 레이더는 수동식이 많아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옛 소련에서 도입한 스커드 미사일 등은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공위성을 개발할 정도의 기술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독자 개발 중인 노동1호 등도 우려되는 상황.

우리도 미사일 부문은 국방부에서 미국 군수업체 등과 협력, 철저히 대비하고 있지만 정보가 집중되는 중앙방공통제소 (MCRC) 화면 등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외국은 어떻게 대처하나 = 미.러가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도 러시아에 'Y2K 결함이 없음을 보장하라' 고 요구해 현재 대사급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핵무기 외에 생화학무기에도 국가간 협약체결을 추진 중이나 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부 관계자는 "미 국무부와 정보기관은 적대적 관계를 가진 집단과도 Y2K로 인한 우발적 사태를 막기 위해 별도 대화채널을 갖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4천대 이상의 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고, 개별 시스템의 Y2K 해결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쓰고 있다.

◇ 기타 분야 = 최근 심각하게 떠오른 분야는 선박과 제약분야. 배가 조난당했을 때 현 위치를 알리는 무선통신에서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국제해사기관 (IMO) 이 선박의 Y2K 대처를 강제화한 데 이어 9월엔 호주해상안전청 (AMSA) 이 Y2K를 해결하지 못한 선박은 호주 해안을 드나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뒤늦게 지난해 12월부터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일부 해운회사를 제외하고 아직 구체적 행동지침을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상태다.

이민호.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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