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배 시장 넘보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 나주시의 중국 배 재배 조사단이 지난달 27일 산둥성 옌타이시의 한 농장에서 "신고" 품종의 배나무를 살펴보고 있다.N-POOL 광주일보=최승렬 기자

나주시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옌타이시(煙壹市) 외곽에 해외시장을 겨냥해 3900만평의 배 농장이 조성된 것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이 면적은 국내 배 집산지인 나주의 배밭 870만평에 비해 4배를 넘고, 전국 배밭 8400만평의 절반에 가깝다.

유재봉 나주시 농업기술센터장을 단장으로 한 나주시의 중국 배 재배 조사단은 지난달 26~30일 옌타이시와 칭타오(靑島)에 가 배 농장들을 둘러봤다.

유 센터장은 "칭타오 등에도 배 농장이 많이 있어, 모두 합치면 국내 면적의 2배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농장 대부분이 묘목 때부터 국내 배의 주 품종인 '신고'를 재배하거나 중국 전통 품종 배나무에 '신고'의 가지를 접목해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옌타이시에 있는 한 농장에서는 수십년 된 중국산 '자리' 대목(代木)에 20~30㎝로 자른 '신고' 배나무 가지를 접붙인 게 확인됐다. 이들 나무는 1~2년 후면 '신고'배를 수확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배 농장들에게 관정.배수시설.저온저장고 설치비는 전액, 묘목 값은 50%를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우리나라는 쌀 개방 협상 때 4~5년 후부터 과일 수입 때 수출국 농민들의 요구대로 검역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기로 부가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중국산 배의 맛은 국내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중국산이 대량 수입될 경우 국내 배 농가들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에 참가했던 임하빈 금천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수확한 중국 '신고'배의 모양과 당도가 한국산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비는 15㎏당 2500원안팎으로, 나주지역 농가 1만5000원~2만원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황수연 나주시 원예계장은 "중국 정부의 영농비 지원이 체계적이고 워낙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어,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