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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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 11면

변화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실상입니다.
빗줄기 장막으로 세상을 덮던 비구름이 깨졌습니다.
성냄을 다하고 제 몸을 갈라 세상을 열었습니다.
숲 속 풀과 나무들도 쌓인 물기를 뿜어냅니다.
축축한 이불보따리를 여기저기 널고,
같이 널브러져 몸의 습기를 날립니다.
땅의 온갖 것들이 아우성치며
여름 구름을 보냅니다. 햇빛은 이렇게 고맙습니다.
벚나무, 낙엽송, 소나무, 대나무를 지나
듬성듬성 보이는 아랫마을 불빛을 거쳐
먼 앞산 능선을 천리안으로 바라봅니다.
긴 빗줄기에 시달린 모습을 털어내고 새롭게 실상을 드러냅니다. 햇빛도 숨죽인 어스름에 홀로 깊이 빠져듭니다.
투명한 밤하늘에는 은하별 구름이 반짝입니다.
견우와 직녀가 고개 숙인 여름밤을 밝힙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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