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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7년 4개월 ‘3김 퀴즈’ 마지막 정답은 ‘민주주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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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의 목소리는 종종 개그로 희화화되곤 했다. “에~ 말하자면~”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말투는 그 자체로 훌륭한 개그 소재였다. 18일 서거한 김대중(DJ) 전 대통령 얘기다. 특히 MBC 표준 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3김 퀴즈’ 코너에선 그의 캐릭터가 유독 반짝였다. DJ 성대모사의 원조 격인 방송인 배칠수씨는 이 코너에서 아는 건 많지만 헛발질이 잦은 ‘코믹 버전’의 DJ를 연기했다.

‘3김 퀴즈’는 진행자 최양락(JP)과 배칠수(YS·DJ)의 성대모사로 3김이 옥신각신 퀴즈를 푸는 시사 개그 프로그램. 2002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3김은 단 한 차례도 정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쉬운 문제를 끝내 맞히지 못하는 3김의 얼 띤 모습이 이 코너의 핵심 ‘유머 코드’다.

한데 19일 방송에서 처음으로 정답자가 나왔다. 바로 DJ다. ‘3김 퀴즈’는 DJ가 서거하면서 방송이 잠정 중단된 상태. 하지만 이날 최양락씨가 “3김 퀴즈를 통해 성대모사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친근하게 만나왔다”며 “횟수로 8년째 계속 ‘땡’만 쳤는데 처음으로 ‘딩동댕’을 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DJ에게) 존경을 바치는 마음으로 ‘3김 퀴즈’를 마무리하고 싶다”며 마이크를 배칠수씨에게 넘겼다.

배씨는 DJ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사회자 여기 정답”을 외쳤다. 별도의 문제는 없었지만 배씨의 목소리를 빌린 DJ가 말했다.“에~ 정답은 민주주의.” 딩동댕 멜로디가 울렸다. 7년 4개월 만이었다. 이날 프로그램 게시판엔 “정답을 외칠 때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등 청취자 소감이 폭주했다.

제작진은 ‘3김 퀴즈’를 폐지하고 전직 대통령이 등장하는 ‘3통 퀴즈(가제)’를 검토 중이다. 연출 주승규 PD는 “전직 대통령이 중심이 된 새 코너를 8월 말께부터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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