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해커전쟁 치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대만 신문처 (공보처) 는 지난달 22일 횡액을 만났다.

해외공보용 홈페이지 (http://www.taipei.org)가 하루 아침에 '도색 잡지' 로 변해버린 것이다.

즉시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수리하는데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해커의 침입 때문이다.

중국 당 선전부도 최근 해커 때문에 혼비백산했다.

중국의 인권신장을 선전하는 홈페이지 '중국 인권' 이 돌연 '타도 중국' 이란 제목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베이징 (北京)에서 '21세기의 세계인권' 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직후 자랑스레 공개한 홈페이지가 출발부터 망신을 당했다.

양안 (중국과 대만) 의 '해커 전쟁' 은 과거 국민당과 공산당의 전쟁인 국공내전 (國共內戰)에 빗대 '국공인터넷전쟁 (國共網絡戰)' 으로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그러나 해커전에 양측 정부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이른바 '애국 해커' 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양안 정부는 내심 서로에 대한 의심을 풀지않는 기색이다.

대만 신문처는 이번 사건이 해외공보망만 골라 악의적으로 훼손했고 솜씨가 프로급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인권' 을 훼손한 해커는 자신이 미국내 해커조직인 '지하군단 (Legions of the Underground)' 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문제는 해커가 군사기밀에까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쏘아올린 통신위성이 잠시 해커에게 농락당한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해커는 언제라도 통신위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과시한 뒤 유유히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 혼뜨검이 난 양안 정부는 현재 자국내 컴퓨터 전문가를 동원해 각종 보안장치를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