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베이징에세이]베이징은 오염에 젖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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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베이징 (北京) 을 찾은 관광객들은 "해가 마치 달처럼 보인다" 고들 말한다.

안개처럼 자욱하게 하늘을 뒤덮고 있는 오염된 대기 탓이다.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한 대학 동창은 조깅을 하려다 10분도 채 안돼 포기했다.

숨이 콱 막혀 도저히 뛰지 못하겠더라는 것이다.

대기오염은 요즘같은 겨울철에 최악으로 치닫는다.

급증한 차량들 (1백40만대) 이 내뿜는 배기가스와 중국인들이 길에서 즐겨 사먹는 각종 꼬치구이용 탄불에서 나오는 독가스, 겨울철 4개월간 8백만t이 소비되는 난방용 연탄까지 겹치기 때문이다.강을 끼지 않은데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지형조건도 한몫한다.

때맞춰 이달 초부터 베이징을 덮친 유행성 독감은 나빠진 공기에 편승, 초등학교마다 적게는 3분의1에서 많게는 절반에 이르기까지 어린이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결국 주룽지 (朱鎔基) 총리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지난 17일 '대기오염과의 전쟁' 을 선포했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엄격한 단속, 연료 오염원 사전제거, 공사판 먼지 등 길거리 오염원 퇴치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모두 1백92개조의 조치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베이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찐빵 (麵的) 판매 차량도 오염원으로 지목돼 내년부터 사라지게 됐다.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양 (羊) 고기 꼬치구이 좌판은 이미 21일부터 단속을 받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베이징이 이번 대기오염과의 전쟁에서 꼭 승리하기를 기원하는 사람은 중국인들만이 아니다.

베이징에 사는 외국인 주재원들과 그들의 가족도 거의 절대적이라 할 만한 성원을 베이징 시당국에 보내고 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유상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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