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 국내 주가 아직 '헐값'-韓銀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달러로 환산한 주요 우량기업의 국내 주가가 외국 증시에 상장된 같은 기업의 주가에 비해 여전히 52~15% 정도 싼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국내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려면 외국 증시에서 사는 것보다 국내 시장에서 직접 사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여지가 아직은 큰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한은은 22일 '최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 내역' 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SK텔레콤의 국내 주가는 이날 달러 환율로 환산할 경우 4백89.2달러로 조사됐다.

그러나 같은 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SK텔레콤 주식예탁증서 (DR)의 가격은 무려 1천35달러에 달해 국내 주가가 52.7%나 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전자의 국내 주가는 같은 날 62.1달러였으나 런던의 장외거래시장에서는 1백20달러에 매매돼 국내 주가의 두배나 됐다.

이밖에 ▶포항제철의 주가도 국내에서는 48.9달러였으나 뉴욕에선 64.8달러였으며 ▶한국전력의 국내 주가는 20.7달러였으나 뉴욕에서는 32.8달러로 거래됐다.

한은은 "최근 원화가치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데다 국내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이달 들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이 주춤한 상태" 라며 "다만 달러로 환산했을 때 국내 주가가 아직은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의 신규 매수세 유입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인들은 주가가 뛰기 시작한 지난 10월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74억달러 안팎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내용별로 보면 10월부터 지난 18일 사이 주가 급등에 따른 평가익이 58억달러에 달했으며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이 16억달러에 달했다. 또 올들어 18일까지 들어온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총 47억1천만달러로 93년 (57억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미국계 자금이 18억9천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계 자금이 6억7천만달러, 영국 4억5천만달러, 룩셈부르크 2억6천만달러, 독일 2억5천만달러 등의 순서였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