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각제문제로 혼란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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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각제개헌 약속을 둘러싼 두 여당간의 갈등이 신경전 차원을 넘어 최근엔 공개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년말까지 내각제개헌을 한다는 이른바 DJP합의를 놓고 그동안 여권내에서는 '2000년 총선후 개헌검토' 니 '경제위기극복후 개헌가능' 등의 다른 소리가 나왔고, 이에 대해 김종필 (金鍾泌) 총리는 "참을 때까지 참지만 그래도 안되면 몽니를 부릴 것" 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급기야 18일에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까지 나서 "내각제 약속은 살아 있다" 고 했고 金총리는 다시 '신의 (信義)' 를 강조함으로써 개헌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내각제개헌문제는 정치권 뿐 아니라 온국민의 비상한 관심사요, 국가의 진운 (進運) 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국민적 논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개헌시한으로 잡은 내년말까지는 아직 1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다.

더욱이 우리는 아직도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로 모든 힘을 경제회생이란 하나의 초점에 집중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써부터 공동정권을 이루고 있는 두 여당이 개헌문제로 공방을 벌여 정국을 흔들고 민심을 동요시킨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잖아도 두 여당은 각종 정책에서 자주 갈등과 이견을 노출시켜 왔다.

햇볕정책이나 이념문제.교원노조문제 등에서 딴 목소리가 나왔고 교원정년단축문제에서는 자민련이 오히려 야당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두 여당의 갈등이 정책혼선을 부르고 국정의 안정적 추진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모든 갈등의 배경에 개헌문제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 역시 내각제개헌문제에 대해서는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지만 개헌문제 때문에 벌써부터 국정에 혼란이 오거나 경제회복 노력에 차질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공동정권이라면 왜 자기들끼리 조용히 협의하고 담판하지 못하는가.

공개적으로 불쑥불쑥 제기하는 방식으로 서로 이견과 갈등을 노출한다면 그런 공동정권에서 안정된 정책결정과 추진이 될 리가 없다.

우리도 개헌문제는 충분한 시간여유를 갖고 활발한 국민적 논의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공개적 논의를 할 때 하더라도 두 여당은 그에 앞서 자기들끼리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충실히 밟아야 할 것이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이 문제 때문에 경제회복 노력에 힘을 집중하지 못하고 국정이나 정국을 혼란스럽게 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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