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98효자효부대상 수상자 안병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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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봉양하는 일이 자식된 도리이지 어디 상받을 일인가유. "

충북청원군우록리 안병훈 (安柄勳.66.농업) 씨는 바르게살기중앙협의회로부터 '98효자효부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15일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못내 쑥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고려때 유학자 안향 (安珦) 의 23세손으로 6형제의 장남인 安씨가 거동이 불편한 노모 유채난 (90) 씨를 모시며 실천해온 효행은 이미 청원군에서도 소문나 있다.

安씨의 효행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7년초 어머니가 노환으로 거동을 못하게 되면서부터. 그때부터 安씨는 대소변을 일일이 받아내는 등 어머니가 행여 진자리에서 단1초라도 불편해 할까 봐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2년 뒤에는 아버지마저 심한 치매증세로 대소변을 못가리게 되면서 安씨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조금만 한눈팔면 이부자리와 방안이 오물로 뒤범벅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정성스런 수발에도 불구하고 부친은 7년간 고생만 하다 96년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으며 이후 모친의 근력도 점점 떨어져갔다.

이에 따라 병원출입이 잦아진 어머니를 위해 그는 자식과 며느리를 제쳐두고 몸소 2㎞가 넘는 버스정류장까지 어머니를 업고 다니며 2년째 청주로 병원나들이를 하기도 했으나 지난 여름부터는 노환이 깊어져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세월만 탓할 뿐이다.

얼마전에는 혼자 있던 어머니가 급한 나머지 화장실에 기어가려다 무릎에 온통 찰과상을 입었던 기억이 큰 상처로 남아 있다.

4대가 한집에 모여살면서 손자앞에서 노모에 대한 아침 문안인사와 상차림 챙기기를 습관화해왔던 安씨. 덕분에 7남매를 키우는 동안 큰소리칠 일이 없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해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자책감만은 지울 수가 없다.

"효는 만행의 근본으로 이를 행하는 집안은 안되는 일이 없는 거여. " 安씨가 어려서 배운 한학 실력으로 요즘 이웃 꼬마들에게 명심보감을 가르치면서 늘 당부하는 말이다.

청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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