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조조정에 비틀거리는 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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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도가 경제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 외환위기로부터 한 발 비켜 서 있던 인도는 지난 10일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을 발표했다.

국영기업 민영화와 보험업에 대한 외국자본 참여를 허용, 5백만명 이상을 감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노동자.농민.학생 등 4천여만명은 11일 곧바로 총파업을 단행해 주요 도시의 교통이 두절되고 업무가 마비됐다.

공산당 등 10개 정당과 업종별 노동조합 55개가 참여한 이날 파업으로 국영 인도항공과 철도.버스 등이 끊기고 수도 캘커타를 비롯한 뭄바이.델리 등 주요 도시의 은행과 학교.상점이 문을 닫을 정도였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는 이날 "경제의 국제경쟁력 회복을 위해 단기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현재의 중앙경제시스템으로는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다" 며 구조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파업사태는 쉽사리 수그러질 것 같지 않다.

공산당 등 10개 야당은 "정부가 이번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나가겠다" 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정도 불안하다.

지난달 25일 실시된 4개 지방 선거에서도 여당인 힌두민족연립정권은 전총리 라지브 간디의 미망인 소냐 간디가 이끄는 국민회의당에 참패했다.

경제개혁 과정에서 실직 위험이 커지고 경제가 불안해지자 국민이 현정권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에 따라 현 바지파이 총리가 이끄는 연정이 붕괴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바지파이 총리는 "아시아 등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없이 발전은 없다" 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인도는 47년 독립 이후 한 해 평균 경제성장률이 4%로 당시 경제수준이 비슷하던 한국.인도네시아.태국 등이 60년대부터 평균 6~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한국과 경제규모를 비교해도 60년 한국의 4분의1 수준이던 것이 90년에는 20분의1수준으로 크게 벌어져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난 5월 핵실험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조치로 올 경제성장률은 독립이후 45년만에 최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그간의 구조조정으로 90년 87%에 이르던 평균 관세율을 95년 25%까지 인하하고 80년 1억달러에 불과하던 외국인 직접투자액도 95년에는 20억달러로 늘리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앞으로 루피화에 대한 고정환율제와 높은 수입관세를 개선하고 외국인의 투자.개발 허가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안보산업을 제외한 철강.전력.방송 분야 등의 전업종에 대한 외국인 지분참여 허용도 고려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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