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도자들이 중앙일보에 보내온 추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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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일본의 인연은 남다르다. 1970년대 일본에서 납치 사건을 겪었을 때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후일 외상과 중의원 의장 역임) 중의원 등이 구명운동에 적극 나섰고,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는 이를 지원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한·일관계 개선에 힘쓰다 2000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때는 일본 대중문화 해금을 선언했다. 이 세 사람과 이달 30일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시되는 제1야당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가 18일 본지에 추도문을 전해왔다. 

나카소네 전 총리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한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도쿄 납치사건으로 일본인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이후에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내고 네 번에 걸친 도전으로 대통령까지 올라간 불굴의 정신을 가진 분입니다. 한반도 통일을 간절히 희망해 남북 정상회담을 실현하고 노벨평화상도 받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한국인 중 한 분이셨습니다.

1960년대 야당 가운데는 유일하게 김 전 대통령 계파만 한·일 국교정상화에 찬성하셨습니다. 또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한·일 관계의 우호 향상에 각별한 정열을 갖고 일하셨습니다. 나는 그런 자세에 대해 항상 경의를 표해왔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빛낸 탁월한 정치가의 서거에 마음으로부터 명복을 빌겠습니다.

모리 전 총리 “DJ, 아시아 평화번영 위해 큰 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이 마음 한 가득 차오릅니다. 충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한·일 양국 관계의 중요성이나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해 강렬한 생각을 갖고 계셨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제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김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실 때, 그리고 제3국에서 열린 아·태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도 기회를 잡아 저와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미래 지향의 양국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확고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긴밀하게 협력해주신 점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노 전 중의원 의장 “문화 개방 결단 … 한·일 발전 기여”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에 맞서 싸워 민주화를 성취한 정치 지도자입니다. 또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해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노벨 평화상을 받으셨습니다. 국내외 정치인 중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친구인 그의 죽음을 매우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한·일 관계에서는 대통령 재임 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와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하고 일본 문화 개방이라는 결단도 내리면서 양국 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내가 김 전 대통령과 알고 지낸 것은 1970년대부터입니다. 당시 대선에 도전했던 그가 이후 숱한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마음으로부터 그의 명복을 빕니다.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 “부고에 놀라 … 슬픔 참을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슬픔을 참을 수 없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셨습니다. 한국 근대화에도 크나큰 공헌을 하셨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깊게 했으며,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양국 간 민간 차원의 교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유족과 대한민국 국민 모든 분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마음으로부터 전합니다. 김 전 대통령이 한국 민주화와 한·일 양국 간 우호 친선 관계를 위해 애쓴 공적을 깊게 기리며 진심으로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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