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경영학]3.정보로 무장 스피드 경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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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사전략이든, 경영전략이든 기본은 같다.

시대가 변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2천5백년 전에 쓰여진 '손자병법' 이 오히려 새로움을 준다고 극찬하는 세계적인 전략가도 있다.

이순신이 보여준 23전23승의 전략은 이런 점에서 경제전쟁 시대에 진지하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선 적이나 경쟁기업을 이기기 위해선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자기의 강점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처한 환경을 면밀히 파악하고 자기의 강.약점은 물론 상대방의 강.약점도 정확히 꿰뚫어야 한다.

이순신은 이같은 전략의 기본에 충실했다.

주어진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남해안의 복잡한 지형과 조류 (潮流) 를 훤히 꿰고 있었다.

삼도수군통제사라는 최고 지휘관이었지만 현장답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 정보원과 정탐선을 파견해 적의 규모와 이동상황 등을 세밀히 파악했다.

이순신의 이같은 정보중시 전략은 정보화시대인 지금 더욱 긴요하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생생한 현장 정보의 수집과 활용뿐 아니라 정보고속도로.경영정보시스템 (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등 정보의 하부구조를 효율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순신은 지형.조류 등 자연환경과 우리 수군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적의 약점을 집중 공략했다.

일본 수군은 칼싸움에 능해 일단 배위에서 싸우면 그들이 유리했다.

또 그들은 조총을 갖고 있었으나 화포는 미약했다.

이러한 적의 강.약점을 파악한 이순신은 화포를 집중 발사해 적선의 접근을 막으면서 이를 격침시켰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 (GE) 은 많은 사업체를 매각하고 세계에서 1, 2등하는 부문만 집중 육성해 세계 초일류기업이 됐다.

반면 우리 기업중엔 지나치게 많은 업종에 진출해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에선 대기업이라도 세계적인 기업과 비교하면 매우 작다.

따라서 재벌 기업이라도 전문분야를 선택해 세계 제일이 되도록 모든 자원과 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이순신이 일본 수군과의 싸움에서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은 빠른 기동력이다.

그는 일본 수군을 선제 공격함으로써 기선을 제압하고 적이 공격해올 틈을 봉쇄했다.

또 신속한 함대 운용이 특기였다.

적 함대를 공격하는 즉시 빠져나왔다.

지금 기술과 시장 등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기민성이야말로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가만히 있는 목표물은 좋은 공격대상이 될 뿐이다.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으로 경쟁자가 겨냥하기 힘든 목표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환경이 돌변하고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경영기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류에 휩쓸려 전략의 기본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경영전략의 기본원리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유행처럼 바뀌는 기법을 좇는 것은 모래 위에 화려한 누각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렵고 급할수록 기본원리에 충실하길 권한다.

지용희(서강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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