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실감나는 3D애니메이션 '벅스라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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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기술력은 픽사, 줄거리는 디즈니. " 95년 '토이스토리' 로 정교하고 생생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다시 한 번 디즈니와 손잡은 3D (3차원 입체)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 (A Bug's Life) .

제작기간 4년, 픽사 인력의 반 이상 투입, 2만7천5백장에 달하는 스토리보드, '토이스토리' 의 10배가 넘는 컴퓨터 용량…. 88분간 펼쳐지는 '자연' 의 모습은 '자연 그대로' 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반면 줄거리는 '모든 관객을 포용한다' 는 디즈니 철학의 전형을 따른다.

잘 알려진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 의 뒤집기로, 베짱이는 좀 더 힘이 센 메뚜기로 바뀌었다.

개미왕국은 베짱이의 식민지가 돼 가을마다 모은 곡식을 상납해야 한다.

몽상가 개미 플릭은 실수로 메뚜기에게 갈 식량더미를 연못에 빠뜨린다.

메뚜기 두령 하퍼는 기존 수확량의 두 배를 모아 바치라고 강요한다.

고민에 빠진 개미왕국은 용병을 데려와 메뚜기들에 저항하려고 한다.

도시로 떠난 플릭. 싸움을 벌이던 3류 서커스단원을 공수부대 대원으로 착각한 그는 이들을 스카우트 해 오고, 무당벌레.흑거미.풍뎅이 등으로 구성된 서커스 단원들은 자신들이 정식무대에 서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후 벌어지는 메뚜기떼와의 한판. 우여곡절끝에 승리는 물론 선한 이들의 것이다.

'디즈니식' 기승전결이다.

'개미' (드림웍스)가 우디 앨런의 개인 캐릭터에 의존하긴 했지만, 전체주의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성인층을 유인했음을 생각할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애벌레 하임리크는 기술적으로 공이 많이 든 캐릭터로 특히 눈길을 끈다.

기술부문 최고 책임자 에드윈 캣멀은 " '토이스토리' 의 버즈나 우디처럼 딱딱한 장난감류보다 두리뭉실한 하임리크가 훨씬 컨트롤하기 힘들었다" 고 말했다.

엔딩크레딧으로 들어가는 1분20초짜리 NG모음은 존 래쎄터 감독이 선사하는 '별책부록' 이다.

12일 개봉.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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