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처 3원화…의원들“누굴 상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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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날에 이어 2일 예결위 계수조정심사 소위에도 이규성 (李揆成) 재경부장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정권 때까지 예산편성권을 쥐었던 재경부가 새 정부 출범 후 그 권한을 예산청에 넘겼기 때문. 재경부는 대신 산하기관인 예산청에 대한 감독권만 가진다.

정부측 대표로 안병우 (安炳禹) 예산청장이 나섰다.

그러나 安청장은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기 힘든 처지.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지만 전반적인 예산지침을 기획예산위로부터 내려받는 형편인 데다 국무위원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예산청에 대한 감독권이 없는 진념 (陳稔) 기획예산위원장이 국회 회의장 주변을 맴돌며 외곽 '훈수' 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은 예산관련 정부조직이 워낙 복잡한 탓이다.

예산편성권은 예산청에, 예산청에 대한 감독권은 재경부에 있지만 실제 예산을 주무르는 곳은 대통령 직속의 기획예산위로 3분화돼 있다.

계수조정위원들은 회의장 안에서는 安청장을 상대한다.

그러나 굵직한 사안에 부닥칠 때마다 陳위원장과 회의장 밖에서 따로 만난다.

이같은 불편함을 못 이긴 여야 의원들은 이날 陳위원장의 회의장 진입을 '묵인' 했다.

한나라당 박종근 (朴鍾根) 의원은 "실제 권한을 쥔 기관 (기획예산위) 과 정부대표 (예산청장)가 달라 심사가 더욱 번거롭다" 고 지적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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