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자율총재…야구발전 계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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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 7년간 OB 구단주를 맡아왔던 박용오㈜두산회장이 제12대 한국야구위원회 (KBO) 총재에 추대됐다.

프로야구가 처음 출범한 지난 82년 이후 16년만에, 11명의 총재가 거쳐간 뒤 처음 겪는 '야구인에 의한, 야구인을 위한, 야구인의 선출' 이었다.

그동안 KBO총재를 역임했던 인물들의 얼굴은 한결같았다.

정권을 등에 업고 낙하산을 탔던 그들은 모두 정치인들이었고 KBO총재 자리는 잠시 거치는 대기소였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도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은 여전했다.

전임 정대철 총재도 소속정당 (국민회의) 의 후광을 받고 총재에 추대된 셈이었고 결국 불미스런 일로 KBO를 떠났다.

최근까지도 자천 타천으로 KBO를 넘보는 인사들이 많았다.

특히 여당 정치인들의 이름이 소문을 타고 KBO 문전에 오르내렸고 지난달 27일 총재직무대리를 맡아왔던 박용오 회장이 사퇴했을 때만 해도 야구인들은 "또 낙하산이 내려오는구나" 하고 현정권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KBO 감독관청인 문화관광부는 1일 박용오 총재의 선출에 대해 "박총재의 취임에 어떤 결격사유도 없다" 는 입장을 밝혀 박총재의 승인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문화관광부가 최근 KBO총재 인선에 자율성 보장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큰 박수를 보내줄 만하다.

문화관광부와 정부의 역할은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프로야구 붐을 살려 갈 곳 없는 국민의 휴식처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야구장을 구단들에 장기임대해주거나 위탁관리토록 해주는 것이다.

신임 박용오 총재도 도시연고제 실시, 자유계약선수제 도입 등 프로야구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서둘러 시행함으로써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을 야구팬들에게 골고루 나눠줘야 한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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