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감기끝 귀앓이 중이염 의심해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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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수은주가 내려가면서 감기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감기에 따라 붙는 '불청객' 중이염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도 덩달아 늘어 나고 있다.

갑자기 고열이 나면서 귀가 아파오는 급성 중이염이나 아무 통증 없이 이물감에 청력만 나빠지는 만성 중이염 모두 유아가 앓고 있을 때 부모가 그냥 지나칠 수 있어 문제.

고려대의대 이비인후과 정학현 (鄭學鉉) 박사는 "감기에 걸린 영아가 열이 오르며 갑자기 귀를 쥐어뜯거나 비비면서 울면 일단 중이염을 의심해 볼 만하다" 고 말했다.

3세 이하의 유아들 중 감기 후 거의 40% 정도가 중이염을 앓는다는 것. 출생 이후 12개월까지의 영아 가운데 3분의 2가, 3세까지의 유아들은 90%정도가 한 번 이상 급성 중이염을 앓았다는 통계도 있다.

서울중앙병원 이비인후과 윤태현 (尹泰鉉) 박사는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중이염에 쉽게 걸리는 이유는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 (耳管) 이 수평에 가깝고 어른보다 짧고 굵어 코나 목의 염증이 쉽게 옮겨 가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급성 중이염은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지만 2주 이상 방치하면 귓속에서 고름이 나오고 출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삼출성 (渗出性) 중이염으로 발전하기 쉽다.

이때는 통증이 없고 열도 나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가 병에 걸렸는지 확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 尹박사는 "엄마가 불러도 잘 못 듣고 고개를 돌리지 않거나 시끄러운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으면 가까운 이비인후과나 소아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라" 고 권한다.

항생제를 복용하며 귀의 분비물을 빼주는 등 2주간 꾸준히 치료하면 대부분 낫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재발하는 경우가 잦으므로 일단 나았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3개월간 꾸준히 항생제를 복용하며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다든지 선천적인 기형으로 이관모양이 이상해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는 고막을 절개해 고름을 빼준다.

오랫동안 중이염을 앓았을 경우 고름이 끈적끈적한 아교 형태로 변해 여간해서는 잘 제거되지 않기 때문. 수술 시 환기튜브를 박아 삼출액이 빠져나가고 공기가 통하게 해 고막 안팎의 압력이 같아지도록 한다.

환기튜브는 대개 7개월쯤 지나면 저절로 귀 밖으로 빠져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감기나 독감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걸렸다면 중이염으로 악화하지 않게 서둘러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린이에게 중이염을 유발하는 질병은 감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축농증과 알레르기성 비염도 마찬가지. 이관을 통해 코와 귀는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가 막혀 킁킁거리거나 콧물이 자주 흐르는 어린이도 중이염에 걸리지 않게 주의해야한다.

특히 재채기 등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어린이가 비염 악화로 인한 중이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실내 카펫이 천 재질의 소파 등에 서식하는 집먼지진드기를 철저히 없애도록 늘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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