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직기용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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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일 단행된 한나라당 당직 인선에서는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친정체제 강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계파를 의식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일환이라는 얘기다.

안상수 (安商守) 대변인은 이를 "실무위주 인선" 이라고 설명했다.

변정일 (邊精一) 비서실장을 3개월만에 해임하고 핵심 측근인 하순봉 (河舜鳳) 의원을 재기용한 것도 총재 중심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河실장은 지난해 대선전 李총재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李총재와 호흡을 맞춰온 사이. 다만 김윤환 (金潤煥) 전 부총재의 부총재단 배제로 서먹해진 TK (대구.경북)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본인들이 고사 (固辭) 하고 있어 인선이 예정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이상득 (李相得)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하고 주진우 (朱鎭旴) 의원을 청년위원장에, 김광원 (金光元) 의원을 사무부총장에 기용하는 등 11명을 기용한 것은 TK배려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李총재는 또 '예비내각' 신설로 위상이 높아진 정책위의장을 놓고 TK 출신 3선 이상득.강재섭 (姜在涉) 의원을 놓고 고민했다는 후문. 정책위 산하에는 예비내각 각료격인 19명에 이르는 분과위원장을 임명해 정책기능 강화를 꾀했다.

사무총장에 재임명된 신경식 (辛卿植) 의원은 "예비내각이 사실상 국회 상임위와 기능이 중복되는 만큼 상임위 간사를 중심으로 분과위원장을 임명, 실무형을 구성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의도와 달리 '정책통' 보다 초.재선 중심으로 구성돼 "취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 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위원장과 홍보위원장을 신설, 사실상 '당5역체제' 가동을 선언한 것은 '특보정치' 에 의존해왔다는 당 안팎의 비난을 의식한 것. 비록 확대되기는 했지만 특보단은 일단 총재를 보좌하고 정국운영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한편 지나치게 자리를 양산, '간부 인플레' 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날 임명된 사람만도 52명. 일부 당직의 경우 서로 기능이 중복돼 영역다툼의 소지까지 있는데다 무엇보다 당직 체계가 윗부분이 더 비대한 역피라미드 구조가 됨으로써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에 오히려 지장을 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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