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협의회서 2여 개혁 틈새 JP가 메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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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정거래위에 계좌추적권 부여, 교원정년 단축.교원노조 설립 등 재벌 및 교육개혁을 위한 제도적 칼날이 다듬어지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이어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가 주재한 27일 국정협의회에서 여권의 공식 입장이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적 개혁안은 모두 국회에서 의결을 거쳐야 하는 입법사항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들 사안에 대한 반대 당론을 거듭 확인해온 터라 국회처리 과정에서 난항이 불가피하다.

자민련 역시 기존의 반대입장을 포기하고 마지못해 청와대.국민회의를 밀어주고 있다.

자민련은 金대통령의 지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때문이다.

金대통령은 공정위에 계좌추적권을 3년간 한시적으로 주는 것으로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국민회의에 지시해놓고 있다.

그렇지만 자민련이 공정위의 직접 계좌추적권 문제에 워낙 소극적이어서 국회논의 과정에서 여권내 시각차이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계좌추적권]

정부가 '계좌추적권 부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공정거래위에는 주되 감사원에는 주지 않기로 했다.

감사원에 주지 않은 이유는 감사원의 업무영역 밖이라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공무원 뇌물여부를 조사하다 보면 일반인의 계좌까지 들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각 부처가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정위에는 그 권한을 주었다.

그것도 공정위가 독자적으로 직접 추적을 할 수 있게 했다.

당초 얘기되던 수준보다 훨씬 강도 높은 권한이다.

원래는 금융감독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적을 할 수 있게 하려 했다.

이는 정부 여러 곳에서 계좌추적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청와대 강봉균 (康奉均) 경제수석은 그같은 '간접 추적' 의 입장을 취했다.

이규성 (李揆成) 장관의 재정경제부 쪽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반면 국민회의측은 공정위의 '직접' 추적권을 주장해 왔다.

5대 재벌의 내부자 거래를 철저히 파헤치려면 그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金대통령은 26일 국민회의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金대통령은 이날 김원길 (金元吉)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건의를 듣고 "그럼 자민련과 협의해 그렇게 하라" 고 지시했다.

그러나 27일 국정협의회에서 자민련측은 간접행사 쪽을 지지했다.

자민련 참석자들은 "우리당 입장은 다르다.

계좌추적은 금융감독위를 통해 하는 간접 행사방안이 옳다" 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사안이 워낙 미묘해 나중에 본격 조율하기로 했다.

현재 계좌추적권은 검찰과 국세청이 갖고 있다.

모두가 직접 추적권이다.

검찰은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국세청은 세금징수라는 행정목적의 경우에 자의적 추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세포탈 혐의 등 형사처벌의 경우에는 검찰을 통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게 보면 공정위에 부여된 직접 계좌추적권은 대단한 권한이다.

일본의 공정위도 직접 계좌추적권을 갖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연홍 기자

[교육개혁 입법]

국정협의회에서 교원정년 단축과 교원노조 허용 문제는 정부 원안대로 밀어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다.

자민련은 "교원정년은 63세로 하되 연차적으로 하고, 학교는 일반 사업장과 다른 만큼 정부안같이 노동관계법으로 교원노조를 규율하지 말고 교육관계법으로 하자" 고 주장, 난항을 겪었다.

양당간 팽팽하던 분위기에서 합의 쪽으로 기운 것은 김종필 총리가 나섰기 때문. 金총리는 "당사자와 노사정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했고, 차관회의 심의를 거쳤으며 주무장관인 교육.노동장관이 소신있게 추진하려는 사안인 만큼 원안대로 의결하는 것이 좋겠다" 고 국민회의 손을 들어줬다.

교원노조의 경우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사안이라 金총리로서도 두고볼 수 없었던 것. 합의 뒤에도 자민련 구천서 (具天書) 원내총무는 불만을 드러내며 "교원노조 문제는 도저히 안되겠으니 처음으로 크로스 보트 (교차투표) 를 하자" 고 다시 제의,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이런 자민련의 불만은 회의를 마친 뒤 양당 대변인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합의' 가 됐음을 강조했다.

반면 자민련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합의사항마다 토를 달았다.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이견이 있어 정책위의장들이 의견을 조율키로 했다" 고 밝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앞으로 국회 통과 과정에서 복잡한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두가지 사안 모두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양당은 최장집 (崔章集.고려대) 교수 이념 논란.햇볕론.제2건국 등 입장차이가 뚜렷한 문제를 피해갔다.

경제청문회를 앞두고 협조체제를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대신 양당은 "국회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법을 고쳐 국회의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할 예정" 이라고 밝혀 박준규 (朴浚圭.자민련) 의장의 당적 이탈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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