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쟁점]상임위 예비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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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 예산심의를 하면서 정부 예산안을 경쟁적으로 늘려놓는 '고질병' 이 재발했다.

의원들은 게다가 정부 세출규모는 키워놓고도 세입은 대부분 정부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정부측에는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에 맞는 초긴축을 강요하면서도 자신들은 '대책없는 생색내기' 식으로 적자재정 편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상임위별 예산심의 결과는 24일 예결특위로 넘어온 상태. 15개 상임위가 늘려잡은 정부 세출 규모는 모두 2조4천4백여억원으로 정부 예산안 (일반회계+재정융자특별회계) 의 약 2.8%에 해당한다.

정보위는 예산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산 증액 규모가 가장 큰 상임위는 건설교통위로 이번 예비 심사에서 8천5백43억원을 증액했고, 다음이 농림해양수산위로 6천3백23억원을 늘렸다.

교육위와 문화관광위도 각각 3천9백96억원.1천4백11억원을 더 얹었다.

소관부처의 예산안을 깎은 상임위는 정무위뿐으로 국무총리실 예산 3천만원과 금감위 예산 7천만원을 각각 삭감했다.

무분별한 증액도 문제지만 상당부분이 지역구 배려 차원에서 의원들이 끼워놓은 '선심성' 흔적이 짙다는 점이 더 논란거리다.

건교위는 각종 고속도로.국도 등 건설사업에 5천2백80억원을 신규책정했는데 이중 평택~음성 구간에 30억원, 광양~전주 구간에 50억원, 김천~구미 구간에 75억원을 계상하는 등 지역별 나눠먹기식으로 사업비를 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설계비가 책정된 구간이 많은데, 이는 일단 삽질을 시작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매년 사업비가 책정되게 마련인 건설사업의 예산시스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2004년 이후에나 짓기로 한 경부고속철도의 대구~부산 구간 용지 매입을 위해 6백억원을 잡아놓은 것은 영남권 의원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농림해양수산위도 여야가 함께 인심을 썼다.

농업경영자금을 2천억원 확대하고, 배수 개선사업에 1천1백억원을 더 늘렸다.

또 완도항 개발에 따른 보상비 지원 용도로 40억원을, 부산신항 건설에 따른 보상비 전액으로 1천2억원을 각각 책정했다.

물론 예결특위에서 손질이 되겠지만 정당별 이해관계나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에 따른 정치성 예산이 끼어들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상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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